[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주 KBO리그는 한화 이글스의 '야수 등판'으로 떠들썩 했었다.
한화가 10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1-14로 크게 뒤지는 상황에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를 투수로 기용해 1이닝을 막아낸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 다만 강경학과 정진호가 평소 투수 등판을 예고(?)했다거나, 투수로 나올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들이 아니라 신선한 장면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KBO리그에도 투수 등판이 가능한 야수들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이나 KT 위즈 강백호가 대표 주자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 '에이스' 좌완 투수로 활약했었다. 대학 재학 시절 메이저리그에서도 노릴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가진 투수였고, 직구 최고 구속이 148㎞까지 나왔다. 비록 프로 입단 이후 타자로 포지션을 전향했지만 여전히 강한 그의 어깨가 투수 시절을 조금이나마 회상하게끔 만들어준다. 나성범은 2015년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에 투수로 깜짝 등판하기도 했었다.
KT 강백호 역시 서울고 재학 시절 팀의 4번타자 겸 핵심 투수였다. 그 역시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고, 포수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었다. KT 입단 이후에는 외야와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타자로만 주력하고 있지만, 2019년 정규 시즌 막바지에 한 차례 투수로 등판을 가졌었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정규 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팬서비스 차원으로 강백호의 투수 등판을 이뤄졌었고, 실제로 그해 9월 2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성사됐다. 강백호는 KT가 5-0으로 앞선 7회초 등판해 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고, 직구 최고 구속 149㎞를 찍었다. 강속구 직구로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등판이었다.
그렇다면 강백호를 다시 투수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사실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역시 '투타겸업'의 아이콘이다. 현대야구 그리고 KBO리그에서도 무조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상 우려와 선수 생명 등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답변은 '우려'에 더 가까웠다. 이 감독은 "백호는 정말 다칠 것 같다. 너무 세게 던지는 선수다. 야수를 투수로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황재균이나 심우준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강백호의 강속구 자부심과 승부욕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웃으며 할 수 있는 상상이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너무 세게 던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백호가 투수로 올라가려면 갑자기 올라가면 안되고,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어서 롱토스하고 단계별로 거쳐서 던져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대신 단서가 붙었다. 이 감독은 "걔(백호)는 진짜로 쓸거다. 정말 좋을 때 승리조로 쓰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투수로도 매력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강백호에 대한 마지막 여지였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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