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넌 언제나 그린라이트야. 두려워하지마. 날 믿고 뛰어!"
감독과 코치의 두터운 신뢰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의성을 만들어냈고, 승리를 낳았다.
KIA 타이거즈는 14일 롯데 자이언츠와 연장 12회 혈투 끝에 3대2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고 4연패를 끊어냈다. 그 시작과 끝을 장식한 선수가 최원준이다.
최원준은 고교 야수 최대어라는 평가 속 2차 1라운드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2년차에 174타석의 적은 표본이긴 해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야까지 오가는 멀티롤은 오히려 선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9년 타율은 2할대 미만(0.198)까지 내려앉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의 부임 이후 최원준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0년초 김호령과 이창진의 부상 이탈에 오로지 스피드 하나만 보고 최원준을 주전 중견수로 전격 발탁한 것. 시즌초인 5월만 해도 연일 낙구지점 포착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팀에겐 '3루타 제조기'였다. 타율도 2할대 초중반을 전전했다. '김호령이 돌아오면 교체될 선수'. 7월까지 최원준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8월 이후 21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는 등 환골탈태했고, KIA의 리드오프이자 핵심 타자로 자리잡았다. 원래 툴이 좋은 선수였던 만큼, 준수한 수비력까지 갖추게 됐다. 잠재력을 보고 밀어준 윌리엄스 감독의 승리였다.
최원준은 이번 시즌 개막 첫주에도 다소 부진했다. 14일 롯데 자이언츠 전을 앞둔 최원준의 최근 3경기 성적은 13타수 1안타(타율 0.087). 개막 이래 단 1개의 볼넷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에 윌리엄스 감독은 "최원준이 한 1년만에 '경기가 잘 안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좋은 느낌을 찾아주고 싶다"며 5번으로 타순을 조정했고, 그 선택이 들어맞았다.
"컨디션이 안 좋다보니 안타는 커녕 볼넷도 잘 못 얻는데, 타석이 많이 돌아오다보니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이 있었다. 5번으로 내려가니 상대 투수 공을 보고 시작하는 여유가 생겼다. 타순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들어간게 좋았다. 송지만 최희섭 타격코치님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절 다잡아주셨고, 진갑용 코치님께 볼배합에 대해 배웠다. 박민우(NC 다이노스) 형도 경기를 풀어가는 심리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이날 최원준은 첫 타석 2사 1,2루 찬스에서 좌중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내며 팀의 '시작'을 장식했다. 3회에는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시즌 첫 볼넷을 얻었다. 연장 12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등장,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류지혁의 번트와 이창진의 볼넷으로 1사 1,2루가 된 상황. 과감하게 3루를 훔쳤다. 배터리의 견제가 소홀했다곤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벤치의 사인이 아닌 최원준 자신의 판단이었다.
"김종국 코치님이 '넌 언제나 그린 라이트다. 언제든지 사인 없이 뛰어도 좋다. 날 믿고 뛰어라'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그 말씀 덕분에 남들이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도루를 할 수 있었다. (김)민식이 형이 컨택 능력이 좋기 때문데, 3루 도루만 성공하면 외야 플라이를 쳐줄 거라고 믿었다."
어렵게 끊은 연패다. 최원준은 "팀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지 못했는데, 타격은 좋을 때 나쁠 때가 있는 법이다. 컨디션만 올라오면 강팀이다. 이럴 때 1~2경기만 지켜내면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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