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7일 창원NC파크.
NC 다이노스에 4-14로 크게 뒤진 8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한화 이글스 벤치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대럴 케네디 수석 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 조니 워싱턴 타격 코치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면서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갖다대더니 붉게 상기된 얼굴로 고함을 지른 뒤 선수들 사이로 사라졌다. 나머지 외국인 코치들도 NC 벤치를 향해 팔을 흔들며 뭔가를 외쳤다. 이를 바라보던 NC 이동욱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나와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는 듯 손짓을 하면서 양측 벤치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한화는 외야수 정진호가 마운드에 오른 상태였다. 당초 선발 예정이었던 라이언 카펜터가 장염 증세로 등판일이 하루 밀려 '불펜 데이'로 이날 경기에 나섰다. 선발 김범수가 2⅔이닝을 던진 뒤 신정락 윤대경 김종수가 차례로 나섰지만 NC 타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7회말 등판시켰고, 8회말 출발도 전날 22개의 공을 던진 윤호솔에 맡겼다. 그러나 윤호솔이 잇달아 실점하자 2사 3루에서 외야 수비 중이던 정진호를 불려 마운드에 올렸다. 타석에 선 나성범은 3B에서도 풀스윙을 했다. 이때 한화 벤치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수베로 감독의 열정은 익히 알려진 사실. 취임 초기부터 '신념',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외부에 자신의 야구관을 설명할 때 적극적인 액션을 앞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민감한 장면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만의 강점이었다. 이런 수베로 감독이 평정심을 잃고 흥분한 것은 의외의 장면이었다.
NC 벤치에서 큰 점수차에도 별다른 액션이 없었던 점이나 나성범이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않았던 부분을 돌아볼 때 한화 외인 코치진의 흥분 책임을 NC 쪽에 돌린 순 없다. 반대로 한화 외인 코치들도 더 이상의 흥분은 하지 않았던 점을 돌아보면 NC를 향한 어필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한화는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이비드 뷰캐넌에게 완봉패를 당한 뒤 NC에 이틀 연속 큰 점수차로 패했다. 침체된 타선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불펜 투수들이 연일 마운드에 오르면서 지칠대로 지친 상황. 이런 가운데 올 시즌 한화 더그아웃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분위기'도 가라앉는 눈치였다. 시즌 첫 3연패를 목전에 둔 상황. 지난해 시즌 초반 18연패 끝에 최하위로 굴러 떨어졌던 악몽을 모두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분위기를 강조해왔던 한화 외국인 코치진이 결코 바라지 않는 모습이다.
갑작스러웠던 이들의 액션은 추락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스스로 총대를 맨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이외엔 달리 설명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나성범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양의지 대신 타석에 들어선 김태군이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정진호는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어진 9회초 공격에서 한화가 무득점에 그치면서 경기는 4대14로 마무리 됐다. 한화 외국인 코치들의 모습을 지켜본 한화 선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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