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마디로 속수무책. 김지찬의 거침없는 도루가 금쪽 같은 외국인 투수를 무너뜨렸다.
김지찬은 KBO 톱을 다투는 준족이다. 키는 작지만, 입단 직후 삼성 구단이 실시한 운동능력 테스트에서 100m 달리기 기록이 무려 11초 01을 기록했다.
지난해 287타석의 기회를 받은 김지찬은 2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84%(21/25). 3S(Start, Speed, Sliding)을 겸비한 선수다. KBO리그 어떤 감독이라도 기꺼이 '그린라이트'를 부여할 것이다.
17일 롯데 자이언츠 전은 그런 김지찬의 장점이 극한으로 발휘된 경기였다. 이날 김지찬의 도루는 총 3개. 모두 1회초에 집중됐다. 이날 김지찬은 1회초에만 2개의 안타와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KBO 초유의 '1이닝 멀티 안타-3도루' 신기록을 세웠다. 김지찬의 활약 속 삼성은 팀 도루 15개(실패2)를 기록,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올시즌 김지찬의 도루는 4개. 모두 16~17일 이틀간 롯데를 상대로 성공시킨 것이다. 김지찬의 플레이는 허삼영 감독이 의도한 바 그대로다. 허 감독은 이번 롯데 전에 김상수 구자욱 박해민 등 주력 선수 외에도 김지찬 박승규 김호재 강한울 등 발빠른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그는 "우리 팀 득점력이 좋지 않다. 구자욱 피렐라 강민호 외엔 타점 올려주는 선수가 없을 정도"라며 "그걸 좀 타파하고자 젊고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을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도루 저지율 11.8%에 불과한 롯데의 약점을 찌른 것. 롯데 배터리는 올시즌 상대팀이 시도한 총 17번의 도루 중 15번을 저지하지 못했다. 그중 이틀간 주전 마스크를 쓴 김준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김준태가 올시즌 저지한 도루는 단 1번. 도루저지율이 7.1%(13/14)다. 그마저도 주자가 커리어 통산 도루가 단 1개뿐인 김태군이었고, 공이 2루에 원바운드로 송구됐음에도 유격수 마차도의 빠른 캐치와 태그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16일 경기에선 김지찬이 기습번트 후 2루 도루를 한차례 성공시키긴 했지만, 이 같은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17일 경기에선 말 그대로 후벼파였다.
앤더슨 프랑코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4㎞에 달할 만큼 공이 빠르지만, 퀵모션과 견제에 아쉬움이 있는 투수다. 김지찬의 도루에는 여유가 넘쳤다. 본인의 난조와 수비 실책이 겹쳐 1회초부터 타자 일순을 허용한 프랑코는 2번째 안타로 출루한 뒤 2-3루를 연속 훔친 김지찬의 플레이에 사실상 '멘붕(멘털 붕괴)'이 온 모습. 결국 구자욱의 볼넷에 이어 박해민에게 이날 8점째를 허용하는 적시타를 내준 뒤 교체됐다.
만약 1회초에 프랑코가 난타당해 점수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면 어떨까. 김지찬을 비롯한 삼성의 대도들은 계속해서 도루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한 이닝'이 아니라 '한 경기 최다 도루'를 허용했을 지도 모른다. 롯데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해야한다.
올시즌 롯데는 도루 허용 최고, 도루 최저(성공3 실패6)를 기록중이다. 팀 타율 1위(0.289) 출루율 1위(0.392) OPS 2위(0.787)의 호성적에도 답답한 경기, 부진한 성적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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