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야수 투수 기용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안경현 해설위원이 이를 비판적으로 언급했다가 오히려 뭇매를 맞았다. 수베로 감독의 반응은 "Why not(왜 안되는데)?"이었다. 당시 여론은 수베로 감독에게 호의적이었다.
이 사건이 야수의 투수 기용에 자유로움을 부여한 걸까.
롯데-삼성전이 열린 17일 사직구장.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경기 후반 롯데 야수 3명이 마운드에 잇달아 올랐다. 릴레이 투구를 펼치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0-12로 크게 뒤지자 롯데 벤치는 7회 1사 후부터 추재현→배성근→오윤석 등 3명의 야수를 동원해 경기를 마쳤다. 어차피 진 경기, 더 이상의 투수 소모 없이 경기를 매조지 하겠다는 의지였다.
상황에 따라 강견의 야수가 마운드에 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불가피하거나 볼거리 제공 차원이어야 한다. 연장승부 등 투수를 다 소모했을 때 야수등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강백호의 투수 등판 처럼 때론 팬들에게 신선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긴 이닝을 야수 투수를 동원해 경기를 끝내겠다는 전략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투수를 아끼는 대신 자칫 마운드에 오른 야수의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돌풍이 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야수들이 낙구 위치를 잡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었다.
이 탓에 기온은 섭씨 12~13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무척 낮았다. 몸을 충분히 풀고 나온 전문 투수 조차 피칭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실제 삼성 선발 백정현은 피칭 모션을 일으킨 순간 불어온 돌풍으로 공이 손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 정도 날씨라면 야수 피칭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할 문제였다. 야수는 투수 처럼 전력 피칭에 익숙하지 않다. 송구와 피칭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순간 힘을 써야 하는 피칭은 익숙치 않은 야수의 어깨 뿐 아니라 몸 전체에 무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날처럼 바람이 심한 궂은 날씨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 이날 20구 넘게 던진 추재현은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강한 공을 뿌렸던 배성근도 다음 이닝에는 어깨에 불편함을 느낀 듯 스피드를 확 줄여 밀어던지기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보다 느린 시속 76㎞가 찍혔다. 배성근은 박승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세번째 야수 투수로 올라온 오윤석은 1루수를 보다 곧바로 마운드로 향했다. 어깨도 풀지 않은 채 마치 고교 야구 처럼 그라운드에서 뛰던 야수가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오윤석은 불편한 듯 마운드 위에서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수시로 어깨를 휘휘 돌렸다. 미리 준비되지 않은 어깨로 마운드에 오른 후유증이었다.
이날 경기를 해설한 이동현 위원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감독의 권한이긴 하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이런 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마운드에서 쓰지 않는 동작(피칭)으로 피칭을 하다 보면 부상이 올 수 밖에 없다. 안 다치기를 바랄 뿐"이라는 요지였다. 위치를 떠나 야구 선배로서 걱정이 묻어났던 해설.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야수 등판은 어디까지나 팬을 위한 반짝 이벤트여야 한다. 그것도 충분한 준비를 통해 해당 야수를 보호해야 한다. 야수가 투수를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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