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솔직히 곤혹스럽다. 타자들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난감할 거다(허삼영 감독)."
시즌초 '야수의 투수 기용'이 KBO리그 핫이슈로 떠올랐다. 각팀 사령탑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한화 이글스)이나 허문회 감독(롯데 자이언츠)은 비교적 적극적이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10일 강경학과 정진호를 잇따라 마운드에 올렸다. 17일에도 정진호가 등판했다. 큰 점수차의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는 다음날 투수 운용을 고려해 야수를 올리는데 거리낌이 없다.
허문회 감독은 한발 더 나갔다. 삼성 라이온즈에 0대12로 대패한 17일, 7회부터 일찌감치 야수들을 마운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이 도합 49구를 던지며 2⅔이닝을 책임졌다. KBO 역사상 첫 '단일 경기 야수 3인 등판'이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허문회 감독 스스로도 "삼성에겐 좀 미안했다"고 인정한다. 다만 앤더슨 프랑코가 1회도 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엔트리는 한정돼있고, 불펜 투수 3명이 많이 던지지 않았나. 점수는 12점 차고…던질 투수가 없었다. 추재현에게 '몸 한번 풀어보는게 어떠냐' 하니 괜찮다고 하더라. 배성근도 중학교 때 투수 경험이 있는 선수다. 오윤석도 미리 얘기를 해뒀다. 패한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1년 전체의 운영을 생각하는 위치니까."
특히 허문회 감독은 '야수들의 부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걱정이다. 어디까지나 투수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투구수도 20개 안팎에서 끊어줬다"고 단언했다.
한편 야수 3명을 상대로 2⅔이닝 동안 한 점도 뽑지 못한 삼성의 입장은 어떨까. 삼성은 이들에게 1안타 3볼넷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솔직히 타자들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웃었다.
"투구폼과 구속을 감안하면, 템포나 타이밍이 일반적인 경우와는 좀 다르니까 아무래도 불편하다. 점수 차이가 있으니 안타 쳤다고 좋아하기도 그랬다. 그렇다고 동업자 정신으로 안 치자니 내 연봉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 타자들이 좀 소극적이긴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크게 이기는 입장에서 같이 야수를 등판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고."
허삼영 감독은 '야수 등판'에 대해 회의적이다. "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나는 자제하고 싶다"는 게 허삼영 감독의 속내다. 전날 경기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9회에 한명 나오는 건 봤는데, 7회부터 야수가 올라올 거란 생각은 못했다"며 웃었다.
"좋다 나쁘다 얘기할 사안은 아니고, 각 팀의 상황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야수 등판에 대해)적극적이진 않다. 막상 닥치면 고려할수도 있겠지만,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
MLB에서는 흔하진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제이스 팅글러 감독은 17일(한국시각)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크로넨워스는 한때 투타병행(이도류)을 꿈꾸던 선수이기도 하다.
팅글러 감독은 "더이상 투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펜에 남은 투수는 크레이그 스타멘 1명 뿐. 하지만 그는 전날 3이닝을 소화한 선수였다. 팅글러 감독은 "크로넨워스가 투구수 15개를 채우고 나면 다른 선수로 이어갈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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