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T 위즈 내야진은 지금 위기다. 지난 28일 인천서 가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선발출전 내야수 4명 중 3명이 백업이었다.
주전들의 부상 여파다. 2루수 박경수가 지난 21일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3루수 황재균은 지난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수비를 하다 타구에 맞아 코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게 됐다. 유격수 심우준은 지난 27일 SSG전 6회 사구 후유증으로 쉬었다.
이날 2루수에는 김병희가 선발로 출전했다. KT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그를 선발로 기용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병희는 지난 25일 롯데와의 수원경기에서 9회말 2사 만루서 우익수 앞으로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주목받았다. 시즌 첫 타석에서 극적인 안타를 때렸으니, 그 자신감과 기운을 이어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라는 뜻이 담겼을 터.
김병희는 27일 SSG전에서 8번 타자로 출전해 5회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린 것을 비롯해 2타수 1안타에 볼넷을 무려 4개를 얻어내며 높은 집중력을 과시했다. 28일 경기에서는 0-0이던 2회초 좌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지난해 5월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린 이후 약 11개월여 만에 통산 2호 아치를 그린 것이다. 4회엔 3루쪽 내야안타를 쳤고, 7회에는 볼넷을 골랐다.
올시즌 3경기에서 6타수 4안타(타율 0.667), 1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볼넷 5개를 고를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고 벌써 3개의 도루를 올릴 만큼 주루 능력도 갖췄다. 또한 2루와 3루를 두루 볼 수 있는 수비 능력도 눈에 띈다. 이날 SSG전에서는 6회 3루수로 수비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KT 내야에 확실한 백업이 등장한 것이다.
1990년생인 김병희는 2014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2차 특별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창단 멤버다. 그러나 1군 기회는 거의 잡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2019년 1군에 데뷔했고, 지난 시즌에는 29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올시즌 전부터 '김병희 카드'를 품고 있었다. 이날 SSG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그래도 1군 경험이 있고, 2군서도 (1군서)쓸 수 있는 카드로 대타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날(롯데전) 운이 닿아서 끝나기 안타를 치길래 기가 좋은 것 같아 어제도 썼는데 잘했다. 잘할 때가 된 것 같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다"고 했다.
이 감독이 김병희를 더욱 높이 평가하는 건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감독은 "2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밝아졌다. 긴장감도 없고 밝다"면서 "인터뷰한 걸 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겠다는 그 자세가 마음에 들더라.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 역할에 맞게 꾸준히 하면 된다. 그런 마음이면 객관적으로 좋아진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병희는 롯데전 끝내기 안타를 친 직후 "이 맛에 야구하는 것 같다. 앞으로 무조건 출전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이 봤다는 인터뷰 내용이다.
박경수가 곧 돌아오면 김병희는 2루 자리를 내줘야 한다. 물론 3루를 볼 수도 있지만, 어차피 1군은 경쟁 무대다. 본인도 이를 잘 알지만,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건 나이 서른 넘어 터득한 생존방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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