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가장 흥겨운 잔치를 앞두고, 초상집이 된 농구판을 어찌할까.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달 30일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정규리그 1위 전주 KCC와 플레이오프 6연승팀 안양 KGC와의 맞대결. 사제 지간인 KCC 전창진 감독과 KGC 김승기 감독의 대결, 그리고 KBL 외국인 터줏대감 라건와 레벨이 다른 신흥 강자 제러드 설린저의 맞대결 등 볼거리가 풍성한 매치업이다.
하지만 이날 농구팬들의 관심은 미디어데이에 쏠리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베테랑 기승호의 폭력 사태, 그리고 서울 삼성 한 선수의 음주 운전 이슈가 농구판을 뒤엎었다.
KBL은 미디어데이가 열린 후 같은 날 재정위원회를 열고 기승호를 제명 처리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시킬 수 있는 중징계다. 기승호는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열린 팀 회식 자리에서 후배 4명을 폭행한 혐의다.
과정이 어찌됐든 폭행은 큰 잘못. 기승호는 처벌을 받는 게 맞다. 문제는 기승호의 폭행을 떠나 현대모비스 선수단이 코로나19 엄중한 위기 상황 속 단체 회식을 했다는 점, 그리고 기승호가 후배들을 폭행하기 전 자신이 먼저 맞아 코뼈가 골절됐다고 주장하며 사태가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기 대립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연타가 터졌다. 30일 저녁 한 프로농구 선수가 음주 추돌 사고를 내고 경찰에 입건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처음에는 어느 구단 소속 선수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이 1일 자진해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음주 사고를 친 것도 문제인데, 선수가 이를 언론 보도 전까지 구단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괘씸죄가 더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음주 운전 사건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고, KBL 역시 엄히 다스리겠다고 했는데 이제 24세의 젊은 유망주 선수에게 KBL과 구단이 어떤 처벌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 어리다고 경징계를 하면 여론이 들끓을 것이고, 그렇다고 선수 생명에 위기를 가져올 벌을 내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KCC와 KGC의 챔피언결정전은 3일 개막한다. 인천 전자랜드의 감동적인 '라스트댄스'에 이어 많은 기대를 모은 최고의 매치업이 성사되며 분위기가 오르고 있었는데, 정작 잔치가 벌어지기 전 연달아 터진 악재들이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김이 다 새버렸다. 농구인들도 챔피언결정전은 뒷전이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가, 누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나 등만 알아보기에 바쁘다. 한 지도자는 "가장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농구판이 흉흉해져 매우 씁쓸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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