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정재훈 코치가 훅 들어오더라고요."
두산 베어스는 1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2대5로 패했다. 뼈아픈 패배였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건졌다. 바로 선발 투수로 1군에 돌아온 곽 빈의 호투다. 2018시즌 1차 지명 신인인 곽 빈은 신인 시즌 빠른 공을 뿌리는 담대한 투구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활을 반복하며 한 차례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육성선수로 올 시즌을 시작한 곽 빈은 이제 수술 부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돌아왔다. 육성선수 등록 가능일인 5월 1일자 경기에 두산은 선발 투수로 곽 빈을 예고했다. 이영하가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간 사이, 곽 빈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2군에서도 연신 150㎞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선발 투수로 차근차근 준비해온 곽 빈은 이날 4⅓이닝 3안타(1홈런) 6탈삼진 4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1회초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1회 이후로는 긴장이 풀린듯 침착하게 자신감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홈런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그러나 곽 빈은 5회 1아웃 상황에서 교체됐다. 추신수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다음 타자 김강민을 상대로 병살타성 코스를 잡아내는데 성공했지만 2루수 박계범의 실책이 겹치면서 1아웃만 잡았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두산 벤치는 곽 빈을 내리고 홍건희를 올렸다. 사실 결과적으로 두산이 진 경기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5회 당시에는 두산이 2-1로 리드하고 있었다. 곽 빈이 2아웃만 더 채웠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갈 수도 있었다. 3년여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투수 입장에서는 5이닝을 채웠다는 사실 자체로도 의의가 깊다.
김태형 감독도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계속 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정재훈 투수코치가 갑자기 훅 들어오면서 '바꾸시죠'라고 하더라. 농담으로 '마음의 준비할 시간을 좀 주라'고 했다. 갑자기 들어오더라. 정재훈 코치가 '곽 빈 82구 던졌습니다. 홍건희가 훨씬 좋습니다'라고 추천했다. 살짝 고민했는데 바꿔주자고 이야기했다"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곽 빈의 한계 투구수 80개를 넘긴 시점이기도 했고, 주자 있는 상황에서 SSG의 홈런 타자 최 정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 곽 빈 대신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필승조 홍건희를 추천한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 곽 빈이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다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곽 빈이 굉장히 잘 던졌다. 1회에 추신수를 상대할때는 베스트 공을 안던지고 조심스러워하더니 점점 좋아지더라.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어제는 처음이었지만 체력적으로도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선발 던지면서, 과거에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체크하면서 준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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