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김승기 감독)
"그는 이미 훌륭한 대세 감독."(전창진 감독)
2020∼202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앞두고 전창진 전주 KCC 감독(58)과 김승기 안양 KGC 감독(49)이 서로에게 한 말이다.
심지어 김 감독은 "아직도 그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했고, 전 감독은 "선,후배를 떠나 한 수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큰 행사(챔프전)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주고 받는 '덕담'이 아니다. 사실 프로의 세계에서 덕담은 재미없다. 짐짓 날을 세우며 경쟁심을 자극할 때 보는 재미도 커진다.
두 감독은 날을 세우기는 했다. 김 감독은 "제대로 붙어 이겨서 축하받고 싶다" 했고, 전 감독은 "인연을 떠나 승부의 세계다. 그것도 챔프전이다"라고 응수했다.
날을 세웠음에도 두 감독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둘의 흔치 않은 인연 때문이다. 이번 챔프전은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24번째. 이런 인연의 감독간 대결은 처음이다.
전 감독에게 김 감독은 제자이자 코치로 데리고 있던 '오른팔'이었다. 김 감독을 '보좌' 중인 손규완 코치(47) 역시 전 감독의 제자이자 '왼팔'이었으니 묘한 만남의 챔프전이다.
두 감독의 인연은 형제보다 끈끈하다. 용산고 선,후배인 둘은 1994년 김 감독이 실업 삼성전자(현 서울 삼성)에 입단할 때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전 감독은 팀 주무로 김 감독을 스카우트했다. 이후 1999년 원주 TG(현 DB)로 함께 이동해 2002∼2003시즌 감독-선수로 챔프전 우승을 했다. 전 감독에겐 지도자 커리어 첫 챔피언 타이틀이었다. 2007∼2008시즌에는 감독-코치로 또 우승을 합작한 둘은 부산 KT를 거쳐 KGC로 옮길 때(2015년)까지 늘 함께 했다. 당시 전 감독은 구단과 계약 협상을 할 때 자신의 연봉을 떼내서라도 코칭스태프의 처우 개선에 더 치중했고, 코치였던 김 감독에게 감독 자리를 물려주려 하기도 했다.
그랬던 둘이, 전 감독이 5시즌 만에 복귀한 뒤 '감독 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그것도 전 감독이 복귀 후 첫 플레이오프에서 단박에 챔프전까지 진출한 상황에서다.
이전 23번의 챔프전에서 사제간의 대결은 한 번 있었다. 2012∼2013시즌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문경은 서울 SK 전 감독의 챔프전이다. 연세대 시절 문 감독의 코치였던 유 감독은 2001∼20014년 인천 전자랜드(전 SK빅스)에서 문 감독을 제자로 데리고 있었다. 유-문 감독은 대학 선,후배, 사제지간이었지만 감독-코치의 인연은 없었다.
챔프전 역사를 살펴보면 나머지는 모두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벌, 친구, 선,후배의 대결이었다. 역대 최다 챔프전 기록(7회) 보유자인 유 감독은 문 감독과의 사제대결을 제외하고 안준호(당시 삼성), 추일승(당시 KTF), 허 재(당시 KCC), 김 진(당시 LG), 김영만(당시 DB), 유도훈(전자랜드) 감독과 만났는데 그냥 농구계 선,후배이거나 친구였다.
5회를 기록한 신선우 전 KCC 감독도 최인선(당시 기아-SK), 전창진(당시 TG, 이상 2회), 박인규(당시 기아) 감독과 상대했다. 이번에 5회째를 맞은 전 감독도 이전에 김 진(당시 동양), 신선우(2회), 안준호 감독을 상대했을 뿐 사제간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전 감독이 복귀 전 마지막 챔프전을 치렀던 2007∼2008시즌 우승을 일굴 때 코치가 김 감독이었다. 종전 '유재학-문경은'의 사제 대결서는 스승 유 감독이 이겼다. 이번 챔프전 시리즈에서 펼쳐지는 '찐' 사제간 대결에서 김 감독이 스승의 그림자를 밟을 수 있을까.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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