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 세계에서 승패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히지만, 만년 하위팀인 한화의 지휘봉을 맡은 수베로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당장의 승리 보다도 선수들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선언했다.
5일 삼성을 상대로 역전패를 당한 후 수베로 감독은 "우리 팀의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못했고, 스포츠인 만큼 승패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감독 입장에서도 당연히 승패는 중요하다.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도 "지금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6일 삼성전을 통해 성장에 공을 들이는 선수들이 승리까지 만들어낸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었다.
먼저 대졸 신인 배동현에게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제공했다. 배동현은 3이닝 3실점을 하고 내려왔다.
삼성의 강타선을 상대한 결과치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선발 투수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깨를 늘어 뜨린 채 벤치에 앉아 있는 배동현 앞에 수베로 감독이 나타났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배동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누고 위로의 손길을 건넨 후 감독석으로 돌아왔다.
승리보다 성장과 미래를 먼저 챙기는 수베로 감독의 철학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수베로는 배동현에 관해 "멘탈적으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결과만 갖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지는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보냈다.
수베로 감독이 숨은 활약을 펼친 유장혁에게 다가가 박수를 보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유장혁은 수베로 감독의 칭찬에 깎듯이 목례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장혁은 팀이 0-2으로 끌려가던 3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친 후 동점 득점까지 올리며 승리의 기틀을 다졌다.
고교 시절 내야수였던 유쟝혁은 프로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적응이 늦어졌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무 입대에 실패하면서 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수베로 감독이 오면서 우타 외야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유장혁이 필요했다.
그의 잠재력을 높게 산 수베로 감독이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유장혁은 노수광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중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경기의 끝내기 적시타 역시 수베로 감독이 성장에 역점을 둔 박정현이 해냈다. 박정현은 5-5로 팽팽하던 10회말 짜릿한 적시타로 승리를 가져왔다.
박정현은 고졸 2년 차의 어린 선수다.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78번째로 한화에 지명을 받았다. 78이라는 숫자는 박정현에 대한 높지 않은 기대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박정현은 수베로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내야의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감독이 주목하는 성장의 아이콘들이 전날의 역전패를 설욕하는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 냈다.
수베로 감독은 어깨가 쳐진 선수에게는 격려의 손길을 건네고, 숨은 활약을 펼친 선수를 찾아 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끝내기 주인공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기 독수리들은 수베로 감독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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