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8년만에 맛본 '손맛'이 기폭제였을까. '만년 백업 포수' 김민수의 타격 잠재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김민수는 8~9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7타수 4안타(홈런 1, 2루타 3) 1볼넷의 맹타를 휘둘렀다. 올시즌 타격 성적도 타율 5할(20타수 10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365로 끌어올렸다.
2014년 데뷔 이래 김민수의 프로 커리어는 '가능성 있는 백업 포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 신인 시절 김응용 전 감독의 지원 하에 잠시 주전으로 뛴 적도 있다. 하지만 이해 후반기 한화는 조인성을 영입했고, 김민수는 백업으로 밀려났다. 이후 상무에서는 박세혁, 삼성에서는 강민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좋은 어깨는 주목받았지만, 2020시즌까지 통산 타율이 1할6푼6리에 불과한 타격이 문제였다.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면 '쉬운 타자'. 약한 타격을 커버할 만큼 수비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어느덧 나이는 30줄로 접어들었고, 팀에는 동갑내기 김응민을 비롯해 권정웅 이병헌 김도환 등 그보다 잠재력을 인정받는 포수들이 가득한 상황. 그가 출전할 때면 '더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다.
오히려 모두에게 웃음을 준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2018년 희망더하기 자선야구 대회에서 '가오나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괴물)'로 변신해 야구팬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듬해에는 '올라프('겨울왕국' 캐릭터)'까지 선보이며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김민수는 팬들의 관심에 기뻐하면서도 "기왕이면 야구로 더 주목받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김민수가 선발 출전한 5경기에서 삼성은 모두 졌다. 삼성의 패배가 김민수 탓만은 아니었지만, 팀이 올시즌 1위를 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속상한 결과.
하지만 8일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상대로 쏘아올린 한방이 반전 포인트였다. 좌측 담장을 까마득히 넘긴 비거리 128m 짜리 대포. 김민수는 "쉬운 타자니까 직구로 쉽게 카운트 잡을 것 같아 마음놓고 휘둘렀더니 홈런이 됐다. 어디까지 날아가는지 미처 보지 못했다"고 쑥스럽게 미소지었다. 김민수는 이날 9회에도 2루타를 추가했다.
매서운 타격감은 9일에도 이어졌다. 2회 첫 타석에서 서준원을 상대로 2루타를 때린 뒤 이학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3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전준우의 다이빙 캐치에 잡혔다. 5회에는 볼넷. 8회말에는 허리 통증에도 불구하고 선두타자 2루타를 때려낸 뒤 대주자 박승규와 교체됐다. 박승규는 김상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이날 팀의 8점째를 올렸다. 9회말 대역전극이 아니었다면 쐐기점이 됐을 점수였다.
"첫 홈런, 첫 승 올렸다고 '쏘는' 동료 선수들이 부러웠다"는 김민수. 올시즌 3번째 FA를 앞두고 전성기로 회춘한 강민호가 있기에 그의 위치는 여전히 백업이다. 하지만 김민수는 데뷔 첫 시즌(78타석)을 제외하면 한 해 50타석을 한번도 넘겨본 적 없는 선수다. 올해 이미 24타석을 소화했다.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일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날 것은 확실해보인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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