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커브, 포크볼도 잘 잡더라. 팀을 지키고자 하는 리더로서의 모습이 훌륭했다(허삼영 삼성 감독)."
9회초 기적 같은 역전. 하지만 포수가 없는 9회말 수비.
출전을 준비하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데뷔 21년차 최고참 야수 이대호는 "내가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포수를 해본적 없는 후배의 부담감을 우려한 것. 이대호는 23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9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커브와 포크볼을 과감하게 구사했다. 포수가 이대호임을 감안하면 모험적인 선택. 하지만 이대호는 뜻밖에도 유연한 캐칭과 프레이밍까지 선보였다.
지켜보던 '적장' 허삼영 감독조차 감탄했다. 허삼성 감독은 "(이대호가 포수로 나오길래)경기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커브, 포크볼을 잡아내더라. 역시 센스를 타고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팀을 지키고자 하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타 팀 선수지만 칭찬할 수밖에 없다. 높게 평가한다."
허문회 롯데 감독의 속내는 더욱 절절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경기"라며 울컥했다.
"대단한 희생정신이다. 다칠까봐 말렸는데, 본인이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원중의)직구를 받는 것만 생각했는데, 사인을 이대호가 직접 냈다. 볼배합도 잘하더라.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자기 전까지 기분좋게 곱씹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허 감독은 "오늘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라며 총력전을 다짐했다. 삼성 에이스 뷰캐넌과 대체선발 서준원의 맞대결이라는 현실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 경기를 통해 반등할 수 있다고 (이)대호도 생각한 것 같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고참의 모습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롯데는 김준태-강태율 2포수 체제로 올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나균안이 1군에 연착륙한다면, 유사시 포수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생긴다. 하지만 전날 경기에선 나균안이 이미 투수로 등판했다 교체된 뒤라 나갈 수 없었다.
이대호는 지난 겨울 롯데와 2년간의 FA 계약을 맺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짐했다. 우승은 커녕 2001년 데뷔 이래 20년간 한국시리즈조차 올라보지 못한 그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이대호는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없길 바라지만, 선수로서 언제든 다시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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