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안타치고 뛰어나가는 것보다 걸어나가는 걸 더 많이 본다."
요즘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이다. 볼넷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흥미가 줄어든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팬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 볼넷 남발이 이를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가 역대 최악의 볼넷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BO리그는 9일까지 151경기를 치르면서 총 1367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9.053개. 이는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10개팀 체제가 출범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비슷한 경기수 기준으로 경기당 볼넷 추이는 7.987→7.596→6.040→6.490→7.379→6.928개였는데, 올해 9.053개로 급격하게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해 152경기에서 1053볼넷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경기당 30.7%나 증가했다.
팀별로는 선두인 삼성을 제외한 모든 팀의 볼넷이 늘어났다. 31경기 기준으로 삼성은 지난해 117개에서 올해 115볼넷으로 약간 줄었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20%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30경기를 치른 KIA가 지난해 81개에서 올시즌 157개로 늘어 93.8%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어 키움(78→140개, 79.5%), LG(88→125개, 42.0%), NC(106→145, 36.8%), 롯데(107→140개, 30.8%), 한화와 SK(123→152개, 23.6%), 두산(116→126개, 8.6%), KT(111→115개, 3.6%) 순으로 볼넷이 증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현장에서는 국내 캠프를 이유로 든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날씨 등 환경이 좋지 않아 투수들이 제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투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들도 올시즌 초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사실이다.
키움 에이스 에릭 요키시는 올해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시즌 첫 7경기에서는 1.49를 올렸다. 볼넷이 지난해 7개(42⅓이닝) 올해 12개(41이닝)로 늘었다. 수치상으로도 제구가 나빠진 게 드러난다. KIA 1선발 애런 브룩스도 7경기 기준으로 지난해 2.76에서 3.38로 평균자책점이 악화됐다. 롯데 댄 스트레일리 역시 2.70에서 3.73, NC 루친스키는 2.11에서 올해 3.82로 평균자책점이 높아졌다. 이들 대부분 볼넷 증가가 눈에 띈다. 물론 LG 켈리(5.06→2.91), 삼성 라이블리(5.40→4.04)처럼 향상된 투수도 있지만, 대부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투수들의 전반적인 제구력 악화가 꼽힌다. 벌써 시즌 한 달 이상이 경과했다. 컨디션은 이미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5월 들어 전체 볼넷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4월 한달간 116경기에서 1038개, 경기당 8.948개였던 볼넷은 5월 들어 35경기에서 329볼넷, 경기당 9.4개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더워지면 투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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