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거물급 루키 탄생. 좋은 안방마님이 있기 마련이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루키 이승현이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그 뒤에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포수 강민호가 있었다.
이승현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시즌 6차전, 1-0으로 앞선 5회말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두번째 등판. 1이닝 동안 22구를 던지며 4사구 2개, 1탈삼진 무실점. 최고 구속은 150㎞였다.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1점 차 박빙의 승부에 등판, 1이닝 2K 퍼펙투로 깜짝 데뷔전을 치른 슈퍼 루키.
두번째 등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올라왔다. 0-1로 뒤진 5회말. 삼성 벤치가 승부수를 띄웠다. 4회까지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이승민을 이승현으로 교체했다.
첫 경기만큼 쉽지만은 않았다.
선두 유강남에게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147㎞ 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졌다. 몸에 맞는 공.
정주현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홍창기 타석에 폭투로 1사 3루. 홍창기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3루 위기에 처했다.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맞더라도 볼넷 주지 말고 네 공을 던지라"고 독려했다.
오지환에게 3B1S로 몰렸다. 하지만 146㎞ 패스트볼로 포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강민호가 뒤로 넘어지며 혼신을 다해 캐치하는 사이 1루 주자는 2루로 향했다.
2사 2,3루. 상대는 리그 최고의 타자 김현수.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이승현은 담대하게 149㎞ 패스트볼 2개를 잇달아 던지며 2연속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3구째 이날 최고 구속인 150㎞의 바깥쪽 공이 아슬아슬하게 빠졌다. 4구째 148㎞ 패스트볼이 바깥쪽 경계를 찔렀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2B2S,
이승현의 선택은 또 한번 빠른 공이었다. 148㎞의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형성됐다. 김현수가 스윙을 해봤지만 배트에 닿지 않았다. 5개 모두 패스트볼. 삼진을 당한 김현수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벤치로 향했다.
고집스러울 만큼 바깥쪽 빠른 공만 요구해 삼진을 이끌어낸 강민호는 "초구, 2구를 보니 배트가 못 따라가겠다 싶었다. 설령 맞더라도 가장 좋은 공으로 승부하게 하고 싶었다"며 직구 승부 고집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승현이 17년 대선배 강민호의 사인에 무조건 따른 건 아니다. 강민호는 "2~3개쯤 고개를 흔들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넌 반드시 성공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군에서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실제 공을 받아보니 오랜만에 감동이 느껴지는 공이었다"며 이승현의 무한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담대한 직구 승부로 김현수라는 큰 산을 넘은 이승현. 대형투수로의 성장 과정에 강민호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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