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읍소했다.
'뉴 블루'를 상징하는 파란색 염색 머리로 스프링캠프에 나타났다. "못하면 염색을 빼겠다"고 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다. 파란 염색머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머리를 밀고 나왔다. 결의의 표현이었다.
삼성 3년차 외인 투수 벤 라이블리(29).
우려의 시선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짝 부진을 딛고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세번째 경기였던 4월16일 롯데전부터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다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늦어지던 첫 승 신고. 사령탑은 적극 감쌌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운이 따라야 하는 승리보다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 받고 싶어한다. 최근 4경기만 봤을 때 리그 톱3에 들어가는 기록이다. 승리가 없을 뿐 표정도 밝고,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되겠다 싶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진짜 걱정은 그때 부터가 시작이었다.
11일 수원 KT전. 공 하나도 던지지 못한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갑작스런 어깨통증. 우려를 자아냈다.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뼈 등 메카닉 적으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단도, 감독도 안도했다. 한차례 등판을 거르고 휴식을 주기 위해 등록 말소했다.
열흘 뒤 복귀 일정을 짜던 차. 살짝 불길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선수가 지속적으로 어깨 쪽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 경험에 보지 못했던 어깨쪽 이상 징후. 부쩍 예민해졌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모든 투수는 어깨 쪽 이상 신호에 민감하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대부분 재활에 성공하는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칼을 대는 순간 재기 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젊은 외인투수인 라이블리. 그는 빅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지난 캠프 기간 중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성적을 잘 내서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빅리그 재진입을 꿈꾼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어깨 이상이 자신의 빅리그 재입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불안해 질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라이블리가 보여줘야 할 자세는 '재활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복귀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의 올 시즌은 예년과 다르다.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하겠다는 의욕으로 전 선수단이 똘똘 뭉쳐있다. 달라진 분위기, 라이블리도 잘 알고 있다.
외인, 토종을 떠나 힘을 보태려 노력하는 건 당연지사다. 기계 처럼 "나보다 팀 퍼스트"를 외치는 외인 선수의 바른 자세다.
가뜩이나 삼성은 풀타임을 한번도 소화하지 못한 자신에게 세번이나 기회를 준 팀이다.
하지만 수술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구단은 "선수 쪽에서 들은 바 없다"고 펄쩍 뛴다. 미스터리다.
만에 하나 본인의 입으로 '수술'을 언급했다면 이는 곧 푸른색 라이온즈와의 영구 결별을 의미한다.
파란색 머리도, "다른 사람이 되겠다"던 다짐도, 모두 허탈해지는 순간.
만약 오해였다면 스스로 최선의 재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노력하다 안되서 떠나는 선수와, 몸 사리다 무책임하게 떠나는 선수의 뒷 모습은 전혀 다른 잔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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