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 역사에서 가장 늦게 탄생한 포지션인 유격수.
현대 야구에서 늦둥이 포지션은 포수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리로 평가받는다. 내야에서 가장 많은 타구가 향하는 데다 움직여야 하는 범위가 가장 넓고, 던져야 할 거리가 가장 먼 포지션. 2루수와의 피벗 플레이, 2루 도루 저지, 외야 타구 중계 플레이의 핵심 등이 모두 유격수의 역할이다. 그러다 보니 내야진을 전체를 움직이는 리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유격수가 활발하면 팀이 살고, 침체되면 팀이 흔들린다. 그야말로 팀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키 플레이어다.
상위권을 달리던 두 팀, 삼성과 LG. 최근 주전 유격수가 비슷한 시기에 이탈했다.
삼성 이학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으로 19일 말소됐다. LG 오지환은 안구건조증으로 다음날인 2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두 천재 유격수는 부상 이탈 전까지 올 시즌 타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교롭게도 타격 수치가 거의 흡사하다. 두 선수 나란히 0.220의 타율에 2홈런. 타점도 이학주가 14타점으로 오지환의 13타점과 비슷하다. 득점은 오지환이 14득점으로 이학주의 11득점 보다 살짝 많다.
타격 부진 속 마음고생을 하던 두 선수. 멘도사 라인 급이지만 그래도 수비에서 만큼은 팀 내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 이탈의 체감 여파는 사뭇 다르다.
LG가 오지환 공백을 뼈 저리게 느끼고 있는 반면, 삼성의 이학주 공백은 견딜만 한 정도다.
실제 LG는 오지환 이탈 이후 4연패에 빠졌다. 순위도 1위에서 6위로 대폭 추락했다.
삼성도 이학주 이탈 이후 주춤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내야 붕괴 상황은 아니다. 팀도 2승2패로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순위는 1위에서 2위로 살짝 내려앉았다.
삼성이 버틸 만 한 이유는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이학주를 대체할 예비카드를 미리 확보해 뒀다.
대표적인 선수가 2년 차 재간둥이 김지찬이다. 신인이던 지난해 풀타임으로 1군에 머물며 경험을 쌓은 김지찬은 소리 없이 이학주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학주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잔 플레이에 강하다. 이학주 같은 강한 어깨는 없지만 대신 기민하고 경쾌한 풋워크와 빠른 동작이 있다. 특히 빗맞은 땅볼 타구를 잔스텝으로 빠르게 대시해 날다람쥐 처럼 러닝스로우 하는 장면은 일품이다. 때때로 송구 실책 등을 범하지만 배움과 경험의 과정이다. 타석에서도 지난해보다 정교해진 배트 컨트롤과 허를 찌르는 강습 기습번트 안타를 양산하며 상대 팀을 괴롭힌다.
예비역 만능 내야수 강한울도 유격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훌륭한 예비후보다.
이학주와 콤비 플레이를 펼치던 노련한 2루수 김상수가 버티고 있는 점도 삼성 내야진이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다. 김상수는 이학주가 없는 내야의 중심을 잡고 있다.
수년 간 오지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그래서 갑작스런 대체 자원 발굴에 애를 먹고 있는 LG와는 대비되는 모습. 게다가 김상수 같은 내야 반장 역할을 대신 해줄 내야수가 없는 것이 LG의 현실이다. 오지환 공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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