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카이 하베르츠(21·첼시)에겐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누구보다 특별한 이유, 그가 다름 아닌 바이엘 레버쿠젠 출신이라서다.
레버쿠젠은 유럽에서 유명한 '준우승 클럽'이다. 국내에선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별명을 딴 '콩라인'에 가장 가까운 클럽이 바로 2013~2015년 손흥민이 몸담았던 레버쿠젠이었다.
스타급 선수를 배출한 유명 구단이지만 유독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준우승만 5번 차지했다. DFB포칼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게 28년전인 1992~1993시즌, 마지막 UEFA컵 우승은 그보다 먼 1987~1988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1~200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딱 한 번 오른 적이 있는데, 지네딘 지단에게 그 유명한 발리를 허용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해당시즌은 전설로 남아있다. 리그와 DFB포칼에서도 우승에 실패해 '준우승 트레블'을 달성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레버쿠젠 최고의 선수이자 '전차군단의 심장'이던 미하엘 발락의 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화려한 커리어에서 우승 경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레버쿠젠에서 준우승 트레블을 달성한 그는 첼시 소속으로 2007~2008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머무르며 결국 챔피언스리그 우승 없이 은퇴했다.
발락은 독일 국가대표 소속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과 유로2008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 하면 떠오르는 선수의 대명사 격이 됐다.
마흔넷인 발락의 아들뻘인 하베르츠는 발락의 영혼이 깃든 레버쿠젠 유스 출신으로 유스와 1군 시절을 포함해 10년간 활약한 '레버쿠젠의 보물'과도 같은 선수다.
지난해 여름 발락이 과거 몸담은 첼시로 이적한 하베르츠는 놀랍게도 발락이 17년의 경력을 통틀어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빅이어를 프로데뷔 5년만에 들었다. 그것도 30일 맨시티와의 결승전에서 직접 선제결승골을 터뜨리는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자신을 레버쿠젠 출신 레버쿠젠 골수팬이자 첼시 서포터라고 소개한 빌트 소속의 저널리스트 다니엘 마투타는 30일자 기사에서 "고맙다 카이! (첼시가 우승했지만)마치 우리(레버쿠젠)가 우승한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레버쿠젠 팬이 된 이후로 우린 리그 준우승 5회, 컵 준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내 아이돌인 발락조차 타이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레버쿠젠이 꼭 저주를 받은 것 같았다. 어제부로 레버쿠젠도 언젠가 다시 우승할 거란 믿음이 생겼다. 하베르츠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흥민은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 소속으로 10년 넘게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지만, 아직까지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리그컵에서 각각 한 번씩 2위(준우승)를 해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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