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팬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셨다. 그때 '오늘 내가 잘 던졌구나' 생각?다. 소름돋았다."
돌고돌아 프로에 데뷔한지 5년, 나균안(롯데 자이언츠)의 목소리는 떨렸다. 눈앞에 활짝 열린 야구인생 2막에 앞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나균안은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 6⅔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무실점의 인생투를 과시하며 데뷔 첫승을 올렸다.
투수 변신 이래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95개)였다. 7회 등판도, 투구수 90개를 넘긴 것도 2군에서조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삼진 4개는 덤.
투수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제구과 멘털관리 능력을 포함한 커맨드가 최우선이다. 구속은 최고 144㎞로 빠르지 않지만, 직구와 포크볼부터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으로 정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승리를 따낸 나균안이 그 좋은 예다.
나균안으로선 2020년 4월 22일, NC 다이노스와의 2군 연습경기를 통해 투수로 첫 선을 보인 이래 405일만의 1군 무대 승리다. 이날 최고 156㎞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키움 안우진과의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나균안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있었다. 나균안은 "너무 행복하다. 제가 잘 던져서 팀이 승리했다는 게 너무 좋다"고 운을 뗐다.
오늘의 성공보다는 앞선 실패를 먼저 떠올렸다. "6연패는 생각하지 않았다. LG 트윈스 전(5/26) 때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 오늘은 그러지 않고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경기 초반엔 1~3회 연속 주자가 출루하는 등 고전했지만 잘 이겨냈다. 3회 김혜성의 2루 도루를 저지한 뒤론 11타자 연속 범타의 호투를 이어갔다.
이날 마운드를 내려가는 나균안에겐 고척 원정에 나선 롯데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나균안은 "소름돋았다'는 한 마디로 당시의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몸상태는 지금도 좋다. 앞으로 100구 이상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마운드 있을 때는 7회 마무리가 욕심났는데, 내려오고 나니 (서)준원이가 힘있게 잘 막아줬다. 힘이 빠진 상태였다. 내가 던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며 멋적게 미소지었다.
흔히 포수 출신 투수의 장점은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파괴력 있는 직구다. 하지만 두뇌파 투수인 나균안은 "카운트 싸움이나 타자와의 승부에 유리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1군 포수로 뛴 덕분에 강화된 멘털은 확실히 도움된다"면서 웃었다.
이어 "개명 효과라는 생각은 안 든다. (오늘 승리는)투수 전향하고 나서 남들보다 더 많이 던지고 연습한 덕분이다.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야구인생 평생 포수를 해왔다. 그래서 투수로 전향할 때 부모님이 많이 아쉬워하셨다. 힘들고 방황할 때 아내가 힘이 돼줬고, 장인 장모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결혼 효과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이날 고비 때마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돋보였다. 나균안은 "4회 마차도의 다이빙캐치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 덕분에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고 특별한 감사도 표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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