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대주자의 삶은 고달프다. 언제 출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라운드로 나갈 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동점을 만들어야 하거나 결승점을 뽑아야 할 때 나가기 때문이다. 그 한번의 기회에서 유니폼이 더러워져야 성공한 경기가 된다.
하지만 LG 트윈스 베테랑 김용의가 대주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렸다. 그의 다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LG는 2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서 6대5의 재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LG의 6점째 득점이 바로 김용의의 발로 만들어낸 점수였다.
5-5 동점이던 8회말 선두 문보경이 볼넷을 걸어나간 뒤 LG 류지현 감독은 김용의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7번 김민성의 희생번트로 2루로 간 김용의는 8번 유강남 타석 때 과감한 3루도루를 감행해 성공했다. 이어 유강남의 3루수앞 땅볼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했다.
벤치의 사인이 있었을까. 아니었다. 김용의가 스스로 판단해서 뛴 결과였다.
흙으로 더러워진 유니폼으로 취재진 앞에 선 김용의는 "볼카운트가 1B2S에서 4구째에 스트라이크가 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해서 도루를 감행했다"라면서 "다행히 유강남이 그때 치지 않아 세이프가 됐고, 유강남이 땅볼을 쳐서 홈에 들어올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사실은 이 도루에도 엄청난 눈치 싸움이 있었다고. 초구에 뛰려 했는데 KT의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빨리 눈치를 채서 일부러 안뛰는 듯 행동했다고 했다. 김용의는 "경수 형이 안영명 투수를 불러 얘기를 하더라. 그리고 이후 투수의 패턴이 바뀌었다"라면서 "그래도 투수의 습관은 어쩔 수 없다. 4구째 타이밍을 잡고 뛴게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팀이 소화한 49경기 중 38경기에 출전한 김용의지만 타석에 선 것은 16번 뿐이다. 선발로는 한번도 출전한 적이 없고, 대타는 딱 한번만 나갔다. 나머지는 모두 대타 혹은 대수비로만 출전했다. 대주자에 수비는 1루만 가능한 김용의는 효율면으로 보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용의는 더그아웃에서 파이팅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경기 후반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주자를 위해 머릿속으로 미리 시물레이션을 한다고. 김용의는 "경기 전에 오늘 나올 구원투수들을 생각하면서 그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넣는다. 그래야 대주자로 나가서도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라고 그만의 노하우를 말했다.
스프링 캠프 때 "내가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가서 승리하는 경기가 몇경기만 되면 좋겠다"라고 했던 김용의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라며 "앞으로 1∼2 경기만 더 이렇게 이기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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