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요즘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이 뜨거운 화제다. 디그롬은 올시즌 9경기에서 0.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이 부문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발투수로 시즌 첫 9경기 및 40이닝 이상 투구를 기준으로 1913년 이후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 기록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사이영상 평가 기준으로 다승보다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투구이닝을 중요 항목으로 본다.
평균자책점이 투수의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라는 것이다. 이는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다승왕보다는 평균자책점 1위 투수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정(正)의 관계다. 평균자책점이 좋은 투수가 승수도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승리는 투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균자책점을 우선 봐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시즌 중반에 들어선 KBO리그에서도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 팀 에이스간 평균자책점 경쟁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현재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이 1.87로 1위, LG 트윈스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가 1.99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 중인 단 두 명의 투수가 모두 새 외국인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삼성 라이온즈 뷰캐넌(2.63), KIA 타이거즈 애런 브룩스(3.52),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2.91),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37),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2.91),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3.53) 등 2~3년차 기존 외인 에이스들을 따돌리고 뉴 페이스들이 벌이는 짠물 투구 경쟁은 신선하다.
로켓은 올해 11경기 선발 경기에서 1실점 이하를 10번이나 기록했다. 6이닝 5실점한 지난달 5일 LG전을 제외한 10경기 평균자책점은 1.32다. 로켓이 등판하면 1점으로 막는다고 보면 된다. 지난 5일 SSG 랜더스전에서 로켓이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자 두산 김태형 감독이 "우리 에이스답게 잘 던졌다"고 했을 정도다.
로켓은 최고 154㎞에 이르는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다. 여기에 발군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구위 자체가 나무랄데 없다. 새 리그에 정착하기 위해선 스트라이크존과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로켓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시즌 시작부터 상대 타자들을 볼아붙였다.
수아레즈는 같은 날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5안타 1자책점을 올리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탈환했다. 올시즌 선발 11경기 가운데 무실점 경기가 4차례다. 2경기를 3이닝만 던지고 내려갔으니 기복이 있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일 뿐 에이스로 손색없다. 이날 KIA전에서는 최고 153㎞ 포심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 6개를 솎아내며 시즌 7승째를 따냈다. 삼성 원태인과 다승 공동 선두다.
모처럼 잠실 두 팀에서 최고 투수 경쟁이 불붙었다. 로켓은 LG의 또다른 외인투수 케이시 켈리와 올시즌 벌써 두 번 맞대결했지만, 아직 수아레즈와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둘 다 정상적으로 5일 휴식 후 등판한다면 오는 11일 잠실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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