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미국 야구사를 새로 쓸 기세다. 이제 사이영상을 넘어 시즌 MVP를 넘보는 괴물 투수가 됐다.
2010년대 중반 메츠의 미래로 평가되던 '영건 4인방'이 있었다. 메츠 팬들은 제각기 그럴듯한 별명까지 붙이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탄생을 기대했다. '다크나이트' 맷 하비를 비롯해 '토르' 노아 신더가드, '뉴욕 마츠' 스티븐 마츠, '터미네이터' 제이콥 디그롬이 그들이다. 왕년엔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속구의 소유자들이었다.
다른 세 사람은 부상과 씨름 중이거나, 팀을 떠났다. 하지만 디그롬만은 메츠의 대들보로 남았다. 이미 2018~2019년 사이영상을 2차례 받았고,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올시즌 사이영상 수상을 넘어 시즌 MVP도 유력하다.
시즌 MVP 수상이 시작된 1911년 이래 양대리그를 통틀어 투수 수상자는 단 25명 뿐이다. 그만큼 투수보다는 매 경기 출전하는 타자의 승리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는데다, 투수의 경우 사이영상이 있어 투수와 타자간의 MVP 경합이 벌어질 경우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이 타자를 선호한다는 논란도 여러차례 제기됐다.
이 같은 양상은 점점 더 심해져서 내셔널리그의 경우 클레이튼 커쇼(2014) 이전의 투수 MVP를 찾으려면 1968년 밥 깁슨까지 거슬러올라가야한다. 아메리칸리그는 좀 낫지만, 그래도 1990년대에는 데니스 에커슬리(1992) 21세기에는 저스틴 벌랜더(2011)를 제외하면 투수 MVP가 없다.
'지구 최강의 투수' 디그롬은 막강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하면서도 자비가 없었다. 디그롬은 6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타선을 7이닝 3안타 무실점, 삼진 11개로 틀어막으며 시즌 5승(2패)째를 따냈다.
이날까지 디그롬은 9경기 5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62를 기록했다. 전체 피안타는 25개, 볼넷은 8개다. 단 4자책점만 허용하며 삼진 93개를 잡았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57이다.
MLB닷컴에 따르면 디그롬의 기록은 '평균자책점'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1913년 이래 첫 9경기, 40이닝 이상 소화를 기준으로 109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개막 9경기 기준 삼진 90개를 넘기면서 피안타 25개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이른바 현대야구로 분류되는 1901년 이래 요한 산타나(2004년)와 디그롬 뿐이다. 삼진과 자책점을 기준으로 삼아도 크리스 세일(2018년)과 디그롬이 유이하다. WHIP는 역사상 9경기 40이닝 이상 등판한 투수들 중 최저 수치.
이날 디그롬은 총 85구를 던졌다. 이중 시속 100마일(약 161㎞)를 공이 무려 33개에 달했다. 이 또한 투구 추적이 도입된 2008년 이후 단일 경기 최다 100마일 이상 투구다. 종전 기록은 조던 힉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019년 기록한 29구였다.
아직 시즌의 ⅓을 소화한 단계이긴 하지만, 디그롬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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