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50)이 구상한 4번 타자는 '투 트랙'이었다.
상대 팀 선발투수 유형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왼손 투수일 경우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를 활용하고, 오른손 투수일 때는 이형종 카드를 꺼내드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4월 한 달 동안 투 트랙을 가동했지만,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라모스는 4번 타자로 57타석을 소화했는데 타율 1할9푼3리에 그쳤다. 좌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2할2푼(50타수 11안타). 이형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 4번 타자로 나설 때 타율 1할3푼5리(37타수 5안타)에 머물렀다.
류 감독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후 류 감독은 5월 5일 잠실 두산전부터 새 이름을 선발 라인업 4번 타순에 적어넣었다. 주로 5번에서 방망이를 돌리던 채은성(31)이었다. 류 감독은 "채은성이 4번을 맡은 뒤 잘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말대로 채은성은 그야말로 '준비된 4번 타자'였다. 마치 딱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7일 기준 4번 타순에서 타율 3할3푼(100타수 33안타) 6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선 6-0으로 앞선 2사 1, 3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윤중현의 5구 135km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기도.
5번 타자일 때는 43타수 1홈런밖에 생산하지 못했는데 4번 타자로 돌아선 뒤 6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4번 타자로 뛴 25경기에서 생산한 28타점은 박석민(NC 다이노스)과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류 감독은 "채은성은 해마다 보면 시즌 초반 고전하다 2군을 다녀오면 올라가는 모습"이라며 웃었다. 감독의 말처럼 채은성은 2군을 다녀오면 정신차리는 케이스다. 지난해에도 2군행을 자청했었다. 6월 말 오른발목 염좌 부상 이후 9일 만에 돌아왔지만, 보름간 타격 부진에 빠지자 류중일 전 감독에게 "2군에 가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일간 와신상담 끝에 채은성은 1군에 복귀해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7월 28일 복귀전부터 3안타를 때려낸 것을 포함해 1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9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하기도.
올해는 4월 말 부상으로 2군에 다녀왔다. 4월 20일 잠실 KIA전에서 왼손 약지 안쪽 인대 미세 손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5월 2일 대구 삼성전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5월 5일 잠실 두산전부터 4번 타자로 배치됐으니 사실상 2군에서 컴백하고 4번 타자를 맡은 셈.
채은성은 극심한 부조화를 보이고 있는 투타 밸런스를 조금이라도 안정시켜줄 수 있는 '신 4번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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