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래뵈도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습니다."
존경하던 선배의 안타까운 부상 이탈. 하지만 냉정하게도 후배들에겐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리를 꿰차고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이란 별칭이 있다. 팀의 핵심이었던 스타 선수들이 끊임없이 FA로 유출됐지만, 여전히 강팀의 위치를 지키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준비된' 선수들이 차례로 그 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올시즌도 만만치 않다. 최주환과 오재일, 이용찬이 FA로 떠났다.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의 '90s'가 남아있지만, 각각 부상과 부진이 아쉽다. 주전포수 박세혁은 뜻하지 않은 사구에 큰 부상을 당해 장기간 이탈중이다.
그럼에도 두산에는 그 공백을 실감하지 못할 만큼 좋은 신예들이 많다. 강승호 김인태 조수행 양석환 등에 신인 안재석까지 든든하다. 1위부터 7위까지 고작 4경기반차. 역대급 순위 경쟁에도 두산은 큰 흔들림이 없다.
우승 포수의 갑작스런 부상 공백도 마찬가지다. 두산 프런트는 포수 트레이드카드를 제시한 팀들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주전포수 아닌 이상 장승현과 최용제가 더 낫다'는 자신감이었다. 이들은 김태형 감독의 믿음대로 그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이제 박세혁이 퓨처스에서 컨디션을 가다듬으며 1군 복귀를 준비중이다. 박세혁이 돌아오면 두 포수 중 한명은 엔트리에서 빠져야한다.
장승현은 박세혁에 대한 질문에 "(박)세혁이 형이 돌아오면 다시 잘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바보 같은 소리"라며 웃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네가 박세혁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이야? 정신차려!'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나한테 '말만 그렇게 했지, 속으론 칼을 갈고 있습니다!' 하더라.
김 감독은 "박세혁 스스로도 100%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이번 3연전까지는 2군에서 뛰는 걸 지켜본 뒤 서울에서 코치들과 복귀 시기를 의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일단 수비는 (최용제보다)장승현이 좋다. 공격도 생각보다 잘해줬다.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보기좋다. 투수들과 호흡이 더 좋아졌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면서도 "타율은 좀 끌어올려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감독의 속내를 눈치챈듯, 장승현은 첫 타석에서 기술적인 타격으로 1타점 인정 2루타를 쳤다. 다만 두번째 타석에선 프랑코의 공에 왼쪽 손목을 맞아 교체됐다. 두산 측은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병원 검진 계획은 없고, 아이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등장한 최용제는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한 수위의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모양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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