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의 해결사 최형우(38)는 올 시즌 초반 희귀한 부상에 사로잡혔다. 병명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질 때도 있고, 원근감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었다.
지난 5일 말소된 뒤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일상 생활은 문제없었다. 아프지도 않고,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아오는 공을 쳐야 하는 타자 입장에서 야구가 되지 않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최형우는 "사실 화가 나서 눈을 뽑고 싶을 정도였다. 몸은 너무 건강한데 2군에 있다는 자체가 화가 너무 났다. 어디가 부러졌다면 깁스라도 하고 인정할 수 있었겠지만, 이건 일상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야구가 안되는 것이라 너무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대병원에서 레이저 치료를 받고 눈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이후 지난 1일 1군에 올라와 7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했다. 시즌 4호에서 한 개를 더할 때까지 48일이나 걸렸다.
최형우는 9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 초 1사 1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김대우의 3구 135km짜리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최형우는 "홈런이 나왔다기보다 공이 뜬 것에 만족한다. 지난 8일 경기에서 (오)승환이 형에게 뜬공을 친 것이 복귀한 뒤 처음이었다"며 "그날 컨디션에 따라 굳이 안타가 안나오더라도 만족스런 타구 방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뜬공을 쳐보고 싶었다. 몇 경기 정도 뜬공을 치고 싶었는데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점수를 계속 못내고 있어서 누가 스타트를 못끊으면 부담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눈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사실 100%까지 좋아지려면 올 시즌을 포기해야 된다. 다만 기약없는 기다림은 하기 싫었다. 재발하면 은퇴해야 한다. 농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안과 질환' 때문에 야구를 하지 못하는 시간, 차오르는 화를 참을 수 있었던 건 아내의 조언 덕분이었다. 최형우는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지금까지 안아프고 잘했으니 잠깐 쉬어가는 사인이라고 생각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 때부터 팀 응원도 하게 되고 함평도 기분좋게 출근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타격 부진에 빠진 타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작은 변화를 줬다.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의 타순을 맞바꿨다. 최형우는 3번 타순에서 1홈런 2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감독님께서 타순 바꾸기 전에 똑바로 했어야 했는데 야구는 역시 힘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눈에 대한 핑계는 댈 수 없다"는 최형우의 반전이 시작되고 있다. 덩달아 KIA 타선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젠 경기가 된다. 대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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