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대구 라이온즈파크의 좌우중간 직선펜스. 잠실에서 깊은 플라이가 될 타구가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으로 둔갑하는 원흉이다.
그만큼 원정 팀 타자들로선 '약속의 땅'이 될 수 있는 의욕 넘치는 그라운드.
장타 실종에 시달리던 KIA 타이거즈 타자들이 홈런구장 라팍 덕을 톡톡히 봤다. 위태로웠던 3연패도 끊고, 홈런 가뭄에도 단비가 내렸다.
9일 대구 삼성전. 김대우 vs 차명진의 임시 선발 맞대결.
승부는 초반 홈런 두방으로 갈렸다. 1회초 1사 1루에서 최형우의 선제 투런 홈런이 터졌다. 4월 22일 LG전 이후 48일 만에 터뜨린 시즌 5호 홈런. 이 홈런 한방으로 KIA는 23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을 끊어냈다.
2-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4회초 2사 1루. 황대인이 김대우의 초구 120㎞ 바깥쪽 낮게 잘 제구된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플라이 아웃과 이닝 교대를 확신한 김대우는 타구를 돌아보며 천천히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계속 뻗어가던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었다. 예상치 못한 홈런에 김대우가 깜짝 놀랐다.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4-0을 만드는 투런 홈런. 지난달 22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3경기 만에 뽑아낸 KIA의 1경기 멀티 홈런이었다. 올 시즌 유일무이 했던 KIA의 3홈런 경기가 바로 22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KIA의 올시즌 홈런 가뭄은 심각한 지경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홈런 단 16개. 홈런 선두 NC 알테어(14홈런)와 단 2개 차였다. 9일 현재 KIA의 팀 홈런 18개 중 3분의1인 6개를 5경기 치른 라이온즈파크에서 몰아쳤다. 무려 28경기를 치른 안방 광주 챔피언스필드의 5홈런 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약속의 땅' 라팍 효과 속에 오랜 침묵을 깨고 득점력을 살려낸 KIA 타이거즈.
반면, 홈 팀 삼성으로선 침묵하던 상대 팀 타선을 살려주는 '라팍 효과'가 썩 반갑지 만은 않았다. 삼성은 이날 1홈런과 2피홈런을 맞바꾸며 이날 전까지 아슬아슬 하게 지켜오던 라팍 홈런 흑자를 '33홈런 vs 33피홈런'으로 반납하고 말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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