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13일 인천 랜더스필드.
키움 히어로즈에 2-6으로 뒤지고 있던 SSG 랜더스 더그아웃에 한바탕 '웃음벨'이 울렸다. 6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중월 솔로포를 치고 들어온 추신수(39)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막 마친 참이었다. 맨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던 정의윤(35)이 뭔가를 내밀었고, 추신수는 이를 허겁지겁 받아 먹었다. 정의윤이 마치 '잘 먹는다'는 표정으로 지켜 보는 가운데, 추신수는 한 숟갈을 더 받아 먹었다. 정의윤이 추신수에게 내민 것은 구슬 아이스크림. 긴장감이 맴도는 더그아웃, 뒤지고 있는 팀의 추격 상황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익살스런 풍경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추신수는 홈런 뒤 건네 받은 팀 마스코트 랜디 인형을 김강민(39)에게 내밀었다. 바로 옆 더그아웃으로 총총 걸어간 김강민은 관중에게 인형을 전달한 뒤 마치 '임무 완수했다'는 듯 두 손을 볼에 갖다대더니 엄지를 세우는 '따봉' 포즈를 취했다. 야수 최고참이자 뛰어난 수비 실력으로 '짐승'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에게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
SSG 베테랑들의 리더십은 팀이 최대 위기에 봉착한 6월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줄곧 맏형 노릇을 해온 선수들은 선발진 줄부상 속에 고심이 큰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는 모습. 자신이 맡은 임무 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후배 선수들을 향한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잔부상을 달고 있음에도 외야 수비를 마다하지 않는 추신수나, 대타-대수비 출전 비중이 높아진 김강민 정의윤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배들이 나서니 후배들도 덩달아 힘을 내는 눈치. 선발진 줄부상에 울었던 SSG는 오원석(20) 뿐만 아니라 장지훈(23) 김택형(25) 최지훈(24) 박성한(23) 등 젊은 피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불펜 투수들이 4~5명씩 등판하는 힘겨운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더그아웃 분위기는 활기차다.
SSG 김원형 감독은 "우리 팀 분위기가 갑자기 나아진 게 아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베테랑, 젊은 선수 할 것 없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며 "시범 경기 막판 다소 처지는 감도 있었지만, (부상자가 속출했던) 4~5월이나 지금의 분위기에 큰 차이는 없다. 좋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고민이 한 가득인 가운데 유쾌한 분위기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적잖이 고마운 눈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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