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베어스 투수 최원준(27)이 대표팀 클래스를 스스로 입증했다.
최원준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3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연패 탈출의 선봉에 섰다. 6대2 승리를 이끌며 개막 이후 파죽의 7연승 행진.
팀 흐름 상 무척 중요했던 경기. 토종 에이스 덕분에 두산은 18일 1위 KT와의 원정 주말 3연전 첫 테이프를 11대3 대승으로 산뜻하게 끊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2017년 갑상선암을 극복하고 프로에 입단해 매 시즌 성장스토리를 쓴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발탁은 최원준표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였다. 설레는 대표팀 발탁 소식에 최원준도 의외로 담담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 대표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준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감격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이런 침착함은 대표팀 발탁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선발 등판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더 잘 하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공격적으로 코너 구석 구석을 온·오프 스피드로 찔러가며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최원준은 "전날 이미 (대표팀 투수들이) 많이 등판해 호투를 했더라. 나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7연승 행진에 대해 "언젠가는 진다는 걸 알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제가 나갈 때 팀이 많이 이기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96구 만에 7회 1사 1루에서 교체된 그는 "솔직히 아쉬움도 있었다. 더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연패중이라 위기가 더 크게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공격적인 피칭은 최원준의 최고 무기였다. 그는 "프로와서 그렇게 배웠고 스트라이크 비율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 노력했다"며 가르침과 노력의 결과물임을 설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원준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0⅔이닝 1득점으로 고전했던 삼성 타자들. 특히 지난달 28일 경기에서는 6⅓이닝 무득점으로 시즌 5승째의 제물이 됐다. 당시 뷰캐넌 등판 경기에 완패해 더욱 뼈 아팠던 경기. 철저히 분석해서 나왔지만 소용 없었다. 최원준은 삼성전 12⅔이닝 연속 무실점 속에 '사자 킬러'로 자리매김 했다.
최원준은 "팀이 연패 중이고 상위 팀과의 상대라 더 집중하며 책임감 있게 던지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삼성전 강세를 스스로 분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첫 번째 7만 루타에 단 6루타 만 남겨뒀던 삼성. 최원준을 상대로는 이 기록을 달성하지 못할 만큼 철저히 눌렸다. 삼성이 최원준을 상대로 뽑아낸 루타는 단타 3개 뿐이었다. 태극마크를 달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내려오는 국가대표 투수를 향해 1루 측 두산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직은 토종에이스는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해 하는 최원준. 그는 인터뷰 말미에 취재진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툭 던졌다.
"팀에서 그동안 중간과 선발로 두루 써주신 덕분에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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