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인터뷰장에 들어선 박경수(37·KT 위즈)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나?"라는 자괴감마저 드러냈다.
박경수는 견고한 수비력에 장타력까지 갖춘 2루수로 호평받는다. 잠실에서 뛰던 LG 시절엔 단 한번도 두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KT로 FA 이적 직후 22홈런을 쳤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마다 군복무와 부상이 겹쳐 이루지못했던 가을야구의 염원도 이뤘다. 유한준(40)과 더불어 KT의 젊은 선수들을 이끈 정신적 지주다.
한이 풀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걸까. 올시즌 프로 데뷔 19년만에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시즌 타율 1할7푼7리, 6월 타율은 1할3푼9리로 더 떨어졌다. 끈기를 갖고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도 고심 끝에 김병희 강민국 등 대체 선수들을 중용하고, 박경수는 대타 또는 대수비로의 활용도가 높아진 상황.
박경수가 꼽은 부진의 원인은 타격폼 변경이다. 기존 타격폼은 레그킥이 있다보니 허리와 햄스트링에 부담을 줬다. 박경수는 "경기 중에 쥐가 올라올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직 스윙 스피드는 괜찮다. 하루이틀 못치더라도 조금더 간결하게 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부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나도 몰랐다. 마음이 급해지고, 감독님이나 코치님, 팬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꾸 예전 폼이 나오고, 이도저도 안되더라.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박경수의 SNS 계정에는 팬과의 소통이 아닌 악플러들의 비방이 가득하게 쌓였다. 당대 야수 최고 계약금이었던 4억 3000만원을 받은 박경수로선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누빌 때와 부진으로 더그아웃에 앉아있을 때의 멘털은 또 달랐다. 베테랑으로서 동료, 후배들에게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박경수는 "프로 데뷔 이래 정신적으로 가장 지쳐있었다"는 속내도 고백했다.
"프로선수로서 결과를 못내면 욕먹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선을 넘는, 도를 넘는 것들도 꽤나 오더라. 알고보니 나 뿐만 아니라 잘하고 있는 (강)백호, 잘 던지는 (배)제성이, (황)재균이도 고통받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현재로선 답을 모르겠다."
그런 박경수에게 힘을 준 건 오히려 후배들이었다. 박경수는 "(유)한준이 형이 부상중이라 내가 팀내 최고참이다. 그런데 후배들이 내 홈런에 너무 기뻐해주더라. 감동이 컸다. 더 미안해지고 고마워졌다"고 강조했다. "오늘 홈런 하나 쳤다고 지금까지의 부진을 잊게 할수는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다. 새삼 독기를 품었다.
"변명은 그만두겠다. 내가 후배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 생각하고 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참 재미있고 즐겁게 야구를 한다. 반등은 물론이고, 나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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