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바운드 볼도 척척 잡아낸 포수 이대호, 145km 강속구를 거침없이 던진 투수 김강민. 82년생 39세 베테랑들의 '첫 외도'가 눈부셨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 1-13으로 뒤진 9회초 1사. 김강민이 투수로 등판했다.
무리하지 않고 던지려 했다. 그런데 첫 타자 정주현이 137km 직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짐승'의 피가 끓어 올랐을까. 다음 타자 김재성에게 던진 공이 145km를 찍자 SSG 더그아웃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6구째 몸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까지 잡아낸 '39세 신인 투수'의 모습에 박수가 터졌다.
김강민은 2사 후 김용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영빈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깜짝 투수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2001년 SK에 투수로 입단했던 김강민이 무려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김강민은 입단하자마자 내야수로 전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외야수로 보직을 바꿨다. 경북고 시절 투수와 3루수로 활약했던 김강민에게 외야는 낯설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2006년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김강민은 탁월한 타구 판단과 강한 어깨를 뽐내며 리그 최고의 중견수 자리에 올라 SK 왕조를 함께했다.
짐승의 '폼생폼사'는 마운드에서도 여전했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지만 김강민의 폼과 스피드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게 대단했다. 팀은 대패했지만 김강민의 멋진 투수 데뷔전은 SSG 팬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강민이 강속구로 즐거움을 줬다면 동갑내기 82년생 이대호는 '전문 포수'다운 모습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5월 8일 대구 삼성전. 9회초 롯데가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무너뜨리며 9-8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엔트리에 있는 포수를 모두 써버린 탓에 9회말 수비에 나갈 포수가 없었다.
이대호가 자청해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원바운드 포크볼부터 바깥쪽으로 낮게 빠지는 슬라이더까지 척척 잡아낸 이대호는 능숙한 볼배합 사인에 절묘한 프레이밍까지 곁들이며 김원중을 리드했다. 마지막 타자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이대호가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기뻐하는 모습에 팬들도 열광했다.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82년생 황금세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김태균, 정근우처럼 이미 은퇴를 했거나 최고참 베테랑으로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김강민 이대호 추신수 오승환이 있다. 전성기의 모습은 분명 아니지만 남달랐던 그들의 재능은 녹슬지 않았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도 김강민 이대호는 '야잘잘' 본능을 보여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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