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조상우요?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안 씁니다."
한 순간의 선택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승부의 세계, 현장 총사령관인 감독의 말엔 그만큼 무게와 책임이 뒤따른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마무리 투수 조상우 기용에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라면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홍 감독은 세이브 상황 외에 조상우의 등판 가능성 여부에 대해 "그렇다. 확고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상우는 키움이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도중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매달렸던 그는 6월 중반까지 잠시 부진했으나,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영웅군단 수호신'의 면모를 되찾았다. 올 시즌 현재 KBO리그 세이브 부문 공동 4위(14세이브)의 성적이 기량을 증명한다.
최근엔 페이스도 좋았다. 6월 한 달간 11경기에 출전, 5세이브(1승3패)를 따냈다. 그런데 조상우는 이달 들어 마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개 각 팀은 마무리 투수의 등판 간격이 길어지면 컨디션-구위 점검 차원에서 세이브 상황이나 승패 관계 없이 마지막 이닝에 투입하곤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고척 롯데(1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전 이후 조상우를 활용하지 않았다. 최근 상승세를 고려하면 굳이 세이브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조상우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라도 등판을 고려할 만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현재 조상우의 피로도는 0%"라고 몸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전했다. 그는 "조상우가 그동안 워낙 힘든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앞으로도 우리 팀의 마무리로 제일 중요한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며 "세이브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투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마운드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홍 감독의 원칙은 6일 SSG전에서 깨졌다. 4-0으로 앞서던 9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조상우를 선택했다. 홍 감독이 강조했던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다. SSG 타선은 키움 선발 안우진에게 6이닝 동안 3안타 1볼넷을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7회초 키움 불펜이 가동되자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7, 8회에 잇달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면서 키움을 압박했다. 홈런포를 앞세워 종종 뒤집기쇼를 펼쳤던 SSG의 화력을 홍 감독도 모르지 않았다. 홍 감독은 8회 2사 2, 3루에서 조상우 카드를 활용하지 않았지만, 9회엔 결국 그를 호출했다.
키움은 조상우가 마지막 이닝을 삼자 범퇴로 마무리 하면서 4대0 승리를 챙겼다. 호기롭게 조상우 기용 원칙을 밝혔던 홍 감독에겐 머쓱할 만한 상황.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사령탑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SSG 타선이 워낙 강력해서 조상우를 올렸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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