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김광현은 2-0으로 앞선 7회말 선두 다린 러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노반 솔라노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3루수 놀란 아레나도가 2루로 던져 선행주자는 포스아웃. 이어 타자주자도 1루에서 아웃선언을 받아 병살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러프는 세이프로 번복됐다. 무사 1루에서 2사가 아닌 1사 1루로 바뀐 것.
이때 김광현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를 마운드로 불렀다. 1루쪽 더그아웃을 향해서는 통역에게 손짓했다. 몰리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2루수 맷 카펜터, 유격수 소사 등 내야수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본 심판진이 마운드 방문으로 간주하자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도 마운드로 갔다.
마운드에 모인 8명은 몇 마디를 주고 받은 뒤 원위치했다. 김광현이 대화를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피칭 계획을 전달한 것이다. 매덕스 코치는 듣기만 했다. 이미 팀내에서 실력과 성격, 훈련 자세 등 100% 가까운 지지를 받는 그가 7회 '마운드 미팅'을 연 건 어색하지 않았다.
앞서 4회말에는 러프를 상대로 2구째를 던진 직후 넘어질 뻔했는데, 깜짝 놀란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가기도 했다. 경기 후 실트 감독은 "마운드로 갔는데, 다른 얘기는 안하고 남은 이닝에 대한 플랜을 얘기하더라"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김광현은 7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빅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강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인 케빈 가우스먼을 압도해 더욱 주목받았다.
김광현은 팀내에서 2선발이다. 전반기 막판 세인트루이스 로테이션은 김광현, 애덤 웨인라이트, 요한 오비에도, 웨이드 르블랑,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순이다. 웨인라이트가 16경기에서 6승5패, 평균자책점 3.49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고, 김광현이 14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3.39로 뒤를 받치는 형국.
마르티네스는 16번 선발등판했지만, 4승9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을 보였고, 지난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4회 투구 도중 엄지를 다쳐 조기 강판해 우려를 사고 있다. 오비에도와 르블랑은 임시 선발에 가깝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전은 세인트루이스의 시즌 86번째 경기. 즉 김광현이 첫 풀타임 시즌 반환점을 돈 것이다. 김광현은 오는 12일 전반기 최종전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는 6일 기준 42승44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처져 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30승22패로 지구 선두를 유지였지만, 6월초 하락세가 시작됐다. 선발진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웨인라이트와 김광현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이 6월 이후 거둔 평균자책점은 무려 6.80에 이른다. 이는 내셔널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후반기에도 세인트루이스 로테이션은 나아지기 힘들다. 기존 선발인 잭 플레허티와 마일스 마이콜라스, 다코타 허드슨은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어 올시즌 복귀가 물건너간 상황이다. 후반 레이스에서도 김광현이 웨인라이트와 함께 로테이션의 축을 맡아야 한다.
김광현은 올시즌을 마치면 세인트루이스와의 2년 계약이 종료돼 FA가 된다. 처음으로 162경기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꽤 가치있는 실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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