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한화 이글스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신개념 수비 시프트 덕분에 야구색깔이 더 진해지고 있다.
지난 7일 대전 KIA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 실점 위기 상황. 안타 하나면 9회까지 힘겹게 지켜오던 '0'의 균형이 깨질 수 있었다. 한화는 반드시 막아내야 했고, KIA는 적시타가 절실했다.
후속 타자는 류지혁이었다. 선취점이 중요한 상황이라 보통 주자를 한 베이스씩 이동시키려면 보내기 번트가 필요했다. 특히 류지혁은 이 타석 전까지 3타수 무안타에 허덕이고 있었다. 류지혁의 희생 번트가 예상됐다.
그러자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 사용으로 주목받았던 수베로 감독이 감춰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야말로 질식 수비였다. 3루수 노시환과 1루수 조한민을 투수선상까지 이동시켰다. 3루수 뒤를 유격수가 커버하게 했고, 2루 베이스에 2루수를 뒀다. 수베로 감독의 수비 시프트에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 서자 빈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심리적 압박의 성공이었다. 번트 동작을 취하던 류지혁의 번트가 조금이라도 강하면 전진하던 3루수나 1루수에게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고,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Fake bunt and Slash)'를 하더라도 강한 타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수비 시프트 그물망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뚫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결국 류지혁은 번트 동작을 취하다가 자세를 바꿔 타격했지만, 1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조한민은 곧바로 3루로 뛰던 2루 주자를 아웃시키며 전진을 막아냈다. 박수를 보낸 수베로 감독은 이후 투수를 교체하고 내야수들을 정상 수비 위치로 돌려보냈다. 바뀐 투수 신정락은 1사 1, 2루 상황에서 김호령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김민식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렸지만,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날 한화는 비록 연장 11회에서 4실점하며 1대4로 패했지만, 수베로 감독이 연장 10회 질식 수비로 잡아낸 원 스트라이크는 야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화 선수들의 내야 수비 조직력은 향상되고 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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