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홈런 더비 우승자는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였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는 13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오타니는 전반기에만 33홈런을 때리며 홈런 1위에 올랐다. 일본 선수로선 MLB 역사상 첫 홈런 더비 참가자이기도 하다.
오타니의 상대는 '타격 천재' 후안 소토(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오타니와 소토는 정규 3분과 보너스 타임 1분의 대결에서 22-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각 1분씩 기회를 가진 연장 전에서도 두 선수는 6-6 동점을 이뤘다.
각자 3개의 공을 치는 2차 연장에서 비로소 승부가 났다. 소토가 3개 모두 담장을 넘겨버린 것. 일찌감치 지친 모습이 역력했던 오타니는 2차 연장 초구에 땅볼을 친 뒤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소토와 다정하게 포옹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했다.
소토 역시 지치긴 마찬가지. 준결승에서 우승자 피트 알론소를 만나 허무하게 했다. '디펜딩챔피언' 알론소는 결승전에 대장암을 이겨낸 '인간승리' 트레이 맨시니마저 격파하며 2연속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이날 중계를 맡은 ESPN은 오타니를 위한 특별 CG를 준비하는가 하면, 오타니의 일본 시절 홈런더비 영상과 연습 과정을 소개하는 등 이날의 주인공이 오타니임을 분명히 했다.
오타니는 비록 1라운드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3차 연장까지 간데다, 경기 전 중계진의 인터뷰에 참여하고 촬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보답했다. 이날 오타니는 최장 비거리인 513피트(약 156.3m)를 비롯해 500피트(152.4m) 이상 홈런만 6개, 평균 117마일(188.3㎞)의 타구 속도로 괴력을 과시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연장전을 치르느라 피곤했다. 이렇게 힘든 일은 처음이다. 이렇게 스윙을 많이 한 건 평생 처음"이라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평소 타격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홈런의)거리 감각을 몰랐다. 치다보니 점점 좋아졌지만, 대신 전력으로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찼다"면서 "홈런 더비 내내 시간을 보며 '얼마나 더 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타니의 초반 고전 이유는 있었다. 평소 타격 훈련(BP)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 오타니는 "평소에 하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거리감을 알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하다 보니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찼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타임아웃 도중 마이크 트라웃의 전화를 받은 데 대해서는 "너무 피곤해서 트라웃이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긴장을 풀고 실력을 보여주란 얘기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소토와 포옹하면서는 무슨 얘기를 했을까. 이는 소토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다. 소토는 "우린 서로 100%의 힘을 쏟아부었다"면서 "오타니가 '피곤하다'길래 나도 '피곤하다'고 답했다. 전쟁이 끝나면 우린 친구"라며 웃었다.
오타니는 오는 14일 열리는 올스타전에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의 선발 투수 겸 1번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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