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가 아침 훈련 전에 그렸다며 가져왔더라고요."
이정훈 도쿄올림픽 수영대표팀 총감독이 보여준 그림 한 장,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2006년생 수영 신성' 경영대표팀 막내, 도쿄올림픽 한국선수단 최연소 선수 이은지(15·오륜중)의 작품이다. 이정훈 감독, 윤미연, 하영일, 강성민, 챔팸 코치 등 '선생님'들은 물론 이주호, 문재권, 이호준, 황선우, 조성재, 한다경, 백수연, 박예린, 정현영, 안세현 등 국대 언니오빠들의 특징을 똑 따낸 캐리커처를 기가 막히게 그려냈다. '2020 도쿄올림픽! 성공기원♡ 다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한줄 응원 옆에 손을 번쩍 들어올린 캐리커처 자화상이 깜찍하고 상큼했다. 도쿄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온 시점, 대한민국 수영대표팀의 분위기가 막내의 명랑만화 터치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은지는 지난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업 언니들을 줄줄이 제치고 배영 100, 200m 두 종목에서 기준기록을 가볍게 통과하며 도쿄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배영 100m에선 1분00초03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국 여자배영 100m에서 사상 최초로 1분 벽을 깰 샛별의 등장이다.
15세 여중생이 A기준 기록을 통과해 자력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 역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다. 도쿄올림픽 출전 확정 후 "와! 꿈인가? 진짜 기록이 나왔네! 졸업 전에 올림픽 나가는 게 목표였는데. 와! 기분 좋아요"라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던 모습이 딱 그 또래 소녀였다. '마린보이' 박태환도 15세때 아테네올림픽에 첫 도전했었다는 귀띔에 "와! 박태환 선배님, 정말 존경해요"라며 두손을 모았고, "국가대표 언니, 오빠들,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도 정말 존경해요"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5년전 리우올림픽 당시 불과 열 살이었던 그녀에겐 첫 올림픽 무대도, 첫 대표팀 훈련도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이은지는 지난 5일 언니, 오빠들보다 늦게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했다. 전북체고에서 오랜 기간 10대 선수들을 지도해온 이 감독은 "어린 선수이고, 기존 훈련해온 클럽(서울 V수영클럽) 권용주 코치님과 계속 맞춰온 훈련 패턴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을 앞두고 그 루틴을 흔들면 안된다"는 소신으로 이은지의 소집을 최대한 늦췄다. 선수의 경기력과 컨디션, 심리를 배려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그림 그리기가 취미라는 그녀는 선수촌에서 국대 언니, 오빠 캐리커처를 그리며 또 하나의 보석같은 재능을 발산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은지의 합류로 훈련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언니 오빠들도 막내를 예뻐하고 챙긴다. 저 역시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한다. 수영장 음악 선곡도 막내한테 맡긴다"며 웃었다.
만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명랑소녀, 이은지의 첫 올림픽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고 당차다. "배영 100m, 200m 결승까지 1-8레인 말고 하나 안쪽 레인에서 역영하고 싶다. 외국 선수들과 같이 있어도 기죽지 않고 자신있게 내 수영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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