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일본)=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태국 태권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47)에게 2021년 7월 24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도쿄올림픽에서 그의 수제자 옹파타나킷(24)이 태권도 여자 49㎏급 정상에 올랐다. 태국 태권도 사상 올림픽 첫 금이었다.
최영석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했다. 그리고 매트로 달려가 옹파타니킷과 포옹했고,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태국 국기를 들고 매트 위에서 국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태국 태권도 사령탑이 된 후 최고의 순간이었다.
태국 태권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갖고 있었다. 2004년 아테네대회부터 2016년 리우대회까지 태권도에서 은 2개, 동 3개를 가져갔다. 그 간절함을 이번 도쿄에서 옹파타나킷이 풀어주었다. 태국 태권도 여왕으로 등극한 그는 24일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18)를 11대10으로 간발의 차로 누르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 최영석 감독은 태국에서 '태권도의 거스 히딩크'로 통한다. 이번 금메달로 더욱 입지가 굳건해졌다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그는 태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지 20년째다. 2002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한다. 현지에서 엄하게 선수를 지도한다고 해 '타이거 최'가 됐다. 선수들이 나약하게 흔들리는 걸 가만두지 않는다. 옹파타나킷은 주니어 시절부터 11년째 지도해오고 있다. 이번 금메달은 선수와 감독의 오랜 기간 공들인 합작품인 셈이다. 그는 리우대회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후 크게 실망했다. "그만 하고 싶다"고 했고, 최 감독은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태국 매체 방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옹파타나킷은 2개월이 지나자 태권도가 그리웠고 다시 최 감독과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영석 감독 처럼 한국 출신의 수많은 지도자가 해외에 진출해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지한파' 지도자들은 분명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위협적인 대상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태권도의 종주국이다. 우수한 지도자의 해외 유출은 종주국이 감내해야할 부분이다. 최 감독은 2006년 태국체육기자협회 선정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고, 또 태국 왕실이 주는 훈장도 받았다.
최 감독은 우승 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늘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지만 은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번에 태국 태권도 역사를 새로 쓰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태국태권도협회에 태국 국적 취득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태국에서 20년을 살면서 태국 국민들에게 받은 많은 사랑에 보답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태국 태권도의 올림픽 역사를 새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나아가 태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태권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외교 쪽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외국인으로서는 제약이 많다. 몇 년 전부터 태국으로부터 귀화 요청을 받았고 고민하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최 감독의 귀화가 마무리될 것 같다.
지바(일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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