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아마추어 대회는 경기운영이 힘들다. 엔트리가 24명으로 프로에 비해 쓸 수 있는 선수가 적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투수 11명, 포수 2명, 야수 11명으로 엔트리를 짰다. 당초 투수 10명에서 박민우 대신 김진욱을 넣으면서 투수가 1명 늘고 야수가 줄었다.
엔트리는 적은데 짧은 기간 동안 치러야할 경기수는 많다. 그러다보니 투수가 많이 필요하게 되고 야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적은 야수로 다양한 작전과 돌발 상황에도 대처를 해야하기에 대표 선발에 신중을 기한다. 특히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는다.
24일 LG 트윈스와의 평가전서 멀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6회초 수비때의 일. 무사 만루서 LG 4번 채은성의 우전안타 때 대표팀 우익수 박건우가 공을 빠뜨리는 사이 주자들이 다시 뛰었다. 3루에 안착한 2루주자가 홈을 파고들었고, 이때 타자 채은성도 2루로 달렸다. 박건우의 송구가 바로 앞에 떨어지는 일명 '패대기' 송구가 돼 홈승부는 어려웠고, 공을 잡은 2루수가 2루로 던져 채은성을 아웃시켰다. 이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채은성의 발이 위로 올랐고 태그를 하던 유격수 오지환의 왼쪽 목쪽에 채은성의 오른발 스파이크가 스쳤다. 오지환의 살갗이 약 4㎝정도 찢어졌다. 곧바로 교체된 오지환은 상태를 확인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대표팀은 이때부터 수비 문제에 빠졌다. 이미 6회초 시작할 때 선발 2루수 최주환과 3루수 허경민이 빠지면서 한번 수비 라인업을 바꾼 상태였다. 벤치에 있던 김혜성과 박해민이 들어가며 교체 멤버가 김현수와 강민호 둘만 남았던 것.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유격수에 2루수였던 김혜성을 놓고, 2루수엔 3루수였던 황재균을 기용했다. 3루가 비자 1루수였던 강백호를 뒀고, 1루엔 김현수가 들어갔다. 내야 4명이 모두 자리를 바꾸게 된 것. 게다가 강백호는 첫 3루수 출전이었다. 다행히 강백호 쪽으로 공이 가지 않고 6회가 끝났다. 7회초엔 다시 수비 포메이션이 바뀌었다. 1루에 강백호가 돌아갔고, 2루엔 중견수였던 박해민이 들어왔다. 유격수 김혜성, 3루수 황재균은 그대로. 1루수였던 김현수가 좌익수로 갔고, 좌익수 이정후가 중견수로 이동했다. 박해민도 2루수 출전은 프로 데뷔후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최대 8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출전 선수 수가 적다"면서 "실제 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준비를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야수들을 보면 내야수들은 오재일과 오지환 정도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 경기 후반 대타, 대주자, 부상 등 여러 상황에 따라서 수비 조정이 가능하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국제대회. 물론 계획한대로 다 잘풀린다면 더할나위가 없다. 하지만 LG와의 평가전 같이 어려운 상황이 오지 말란법은 없다. 오로지 승리 하나만 보고 달려야 하기에 비상 상황에 잘 대처해야 한다. 군대시절 듣던 '안되면 되게하라'는 말을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새겨야할 듯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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