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조금 더 잘했던,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25일,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경기가 펼쳐진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
모든 경기를 마친 이대훈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미디어 앞에 섰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0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2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엄청난 자기 노력과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다.
뜨거운 땀은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10여년 동안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대회를 석권했다. 빼어난 실력에 준수한 외모, 여기에 '챔피언의 품격'까지 갖추며 한국을 대표하는 태권도 스타로 거듭났다. 그의 이름 앞에 '태권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딱 한 가지가 아쉬웠다. 올림픽 금메달. 이대훈은 앞선 두 차례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수확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하늘은 이번에도 이대훈을 외면했다. 16강전에서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 패했다. 힘겹게 얻은 동메달결정전에서도 자오슈아이(중국)에 패했다. '해피엔딩'을 노렸던 이대훈은 도쿄올림픽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쉬움 속 대회를 마친 이대훈. 그는 올림픽 도전 종료와 동시에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훈은 "이제 선수 생활을 끝낸다. 이번 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이대훈 모습을 더 보이고 싶었다. 그래도 좋았던 때의 이대훈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했던 선수로"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길었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이대훈. 그는 마지막까지 태권도를 생각했다. 이대훈은 "예전에는 태권도에서 타이밍 싸움을 많이 했다. 공격 방식도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점하지 않기 위한 공격만 하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 스타일이 다 비슷하다. 보시는 분들도 임팩트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태권도가 많이 발전했다. 상향평준화 됐다. 그러나 더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돌아서던 이대훈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내가 올림픽 하나만 못했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후배들도 생각해야 한다. 사실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분명 잘 할 것이다. 내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한국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네 체급에 출격해 동메달 하나를 수확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대훈의 말처럼 경기는 계속된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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