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낚시 손맛을 사랑하는 미녀펜서' 최인정(31·계룡시청)이 은메달을 낚았다
최인정, 강영미(36·광주서구청), 송세라(28·부산광역시청), 이혜인(26·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여자에페 대표팀이 27일 오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난적 에스토니아에 32대36으로 분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에 이은 9년만의 은메달이다.
9년전 정효정, 신아람, 최은숙 등 언니들과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최인정이 '세계랭킹 2위' 에이스로 맹활약하며 선후배들과 함께 9년만에 기어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때와 반전 메달의 과정이 빼닮았다. 당시 전국민을 공분케한 '신아람의 눈물 오심 사건' 이후 하나로 똘똘 뭉친 여자에페 대표팀은 투혼의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 개막 이튿날 진행된 여자에페 개인전은 메달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에이스 최인정이 세계랭킹 258위 선수에게 덜미를 잡히며 32강에서 탈락하고, '근수저 베테랑' 강영미가 32강, 막내 송세라가 16강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 사브르 김정환의 동메달 1개로 전종목 개인전을 아쉽게 마무리한 후 단체전을 앞둔 '펜싱코리아'는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그 스타트를 여자에페가 끊었다. 최인정은 승부처였던 중국과의 4강전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보란 듯이 드러냈다. 최인정의 전언대로 중국 트라우마는 없었다. 에스토니아와의 결승전, 마지막 9피리어드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카트리나 레히스에게 아쉽게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지만 펜싱코리아의 위용을 빛낸 값진 은메달이다.
최인정은 '무심한 듯 시크'하다. 과거 전적, 상대, 랭킹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현재에 충실한 편이에요. 랭킹이나 과거에 이겼는지 졌는지 기억도 안나고 신경도 안써요. 내 기술을 믿고 그냥 하는 편이죠. 당일 컨디션이 최고 중요해요." 절친 동료 신아람 KBS해설위원의 증언에 따르면 '톱랭커' 최인정에겐 "타고난 엇박자"가 있다. 알고도 못막는 엇박자다. 그러니 자신의 박자로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자신의 펜싱에 집중할 뿐이다.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가장 큰 힘은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단체전은 서로를 믿고 해야죠. 내가 못해도 누가 해줄 거라 서로 믿고 있어요 영미언니와 동생들, 멤버들을 믿어요"라고 했다. 최인정이 말하는 여자에페 대표팀은 4인4색이다. "(강)영미언니는 베테랑답게 경험이 많고 저와 달리 아주 전술적이에요. 머리가 똑똑해요. (송)세라는 몸이 작고 정말 빠르고, 저만큼 유연해요. 무엇보다 선수로서 마음가짐이 성실하고 끈기가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이)혜인이는 총알같아요. 허를 잘 찌르고 어린 나이답지 않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갖고 있어요"라며 동료들을 깨알같이 소개했다.
'펜싱미녀' 최인정의 취미는 뜻밖에 낚시다. "낚시를 좋아하게 된 지는 3년 정도 됐는데 초릿대 끝을 보며 입질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게 재미있어요. 입질이 오는 순간 손맛도 짜릿하고요"라며 웃었다. "작년에 해안가 갯바위에서 가오리를 잡았는데, 다들 신기해 했어요. 월척은 아니지만 바닷가에서 가오리를 잡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라며 반전 낚시 솜씨를 자랑했다.
도쿄올림픽 출국 전날 최인정은 "매일 훈련하느라 오늘이 몇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을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만큼 열심히 했다. 우리 이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는데 정말 누가 메달 좀 줘라, 그런 마음으로 훈련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그 치열한 노력은 마침내 '하늘이 내린다'는 올림픽 메달로 보상받았다. 시련속에 함께 만들어낸 메달이라 더 빛난다. 한국 여자 펜싱이 '은메달' 월척을 낚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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