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개인기량에서 멕시코가 우릴 앞섰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을 달고 멕시코전에 나선 수비수 정태욱(대구 FC)이 한 말이다. 정태욱은 지난 31일 요코하마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축구 8강 멕시코전에서 한국이 3대6 참패를 당한 원인으로 '기량차'를 뽑았다.
한국은 점유율 55대45, 슈팅수 15대10(유효슛 10대10), 코너킥 8대3 등 기록면에선 오히려 멕시코에 앞섰지만, 공격 세밀함, 슈팅 집중력, 수비 조직력 등에서 밀렸다. 멕시코 선수들과 일대일 싸움에서 앞서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질 못했다.
정태욱의 말을 빌리자면,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의 존재가 아쉬웠던 경기였다.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베이징 궈안), 자연스레 두 명의 이름이 떠오른다.
김학범호는 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A대표팀 핵심 선수와 동행할 뻔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킨 뒤, 도쿄로 출국하기 전까지 베이징 구단이 차출을 협조해주길 기다릴 정도로 김 감독이 공을 들였던 선수다. 베이징의 최종 답변은 'NO'였다. 이때부터 스텝이 꼬였다. 김천 상무에 갓 입대한 박지수를 부랴부랴 불러들였다. 박지수는 올림픽 연령대 선수들과 손발 한 번 맞춰보지 못하고 대회에 임했다.
손흥민은 여름 휴식차 국내에 머물며 직접 토트넘 구단 설득에 나서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혹사에 따른 부상을 우려해 손흥민을 최종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국내무대로 복귀한 권창훈을 황의조 박지수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태웠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유럽 시즌을 소화한 뒤 지난 6월 월드컵 예선 일정을 소화한 황의조는 올림픽에서 4경기에 모두 출전한 건 아이러니다. 김 감독은 24세 이하 주력 공격수인 오세훈(울산) 조규성(김천)을 나란히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며 황의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근 1년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황의조는 특유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학범호는 각각 타의와 자의에 의해 김민재 손흥민 없이 도쿄 원정길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를 만나 별 문제 없이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8강에서 마주한 진정한 적수 앞에선 부족한 점이 쏟아져나왔다. 흔들리는 멘털을 잡아주고 상대 수비수들을 붙잡아줄 리더 겸 공격 에이스와 수비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괴물의 존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둘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딸 때 나란히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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