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혼네(本音·겉마음)'와 '다테마에(建前·속마음)'일까.
한-일전을 앞둔 일본 언론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차분하다. 주요 신문, 방송, 온라인 매체 대부분이 미국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둔 자국 대표팀 선수의 활약이나 이날 경기 시청률에 포커스를 맞출 뿐, 굳이 '한-일전'이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다. 제목에 '준결승 상대는 한국'이라는 짤막한 문장을 다는 게 전부였다. 미국전을 중계한 TBS에 객원 해설 형식으로 참여한 우에하라 고지도 경기 직후 한국전에 대해 묻자 "매번 쉽지 않았다"라는 짤막한 말로 전망을 대신했다. 경기 전날 오후에도 팀 훈련 소식과 자국 선수들의 마음가짐 정도를 전할 뿐, '한-일전'이라는 타이틀엔 크게 주목하지 않는 눈치다.
이런 언론 분위기와 달리 일본 팬들의 마음은 좀 더 직설적이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일전 승리를 요구하는 외침이 가득했다. 이들은 '하마스타(요코하마구장 애칭) 마운드에 국기(태극기)를 세우게 하면 안된다', '야구에서 한국에 지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한국만은 절대로 이겨야 한다', '피가 끓는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일부 넷우익들은 야후재팬 등 댓글창에 '거친 플레이에 부상을 할 수도 있다', '또 트집을 잡을 것'이라는 등 생떼를 쓰기도 했다.
한국은 예선 다른 조에 편성됐지만, 대회 전부터 유력한 준결승 맞대결 상대로 지목된 팀. 일본 대표팀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조처 "한국을 넘지 못하면 금메달은 없다고 본다"고 전의를 불태울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도쿄올림픽 야구 일정이 시작된 후 한국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준결승 맞대결이 결정된 직후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나바 감독은 이번 대회에 메이저리거를 제외한 자국 프로리그(NPB) 최정예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대회 전부터 일본 언론들은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의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모든 포커스가 결승 진출에 맞춰진 상황에서 준결승에서 만나는 한국에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주지 않는 분위기다. '한수 위'로 꼽히는 자국 대표팀 전력에 대한 자신감, 그동안 낮춰봤던 한국을 굳이 띄워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도쿄올림픽 타 종목 한-일전에서 일본 선수가 승리를 거두면 이를 떠들썩하게 전하곤 했다. 결국 겉으로는 한국을 의식하지 않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최강'으로 꼽히는 자국 대표팀의 승리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야구는 올림픽에서 한국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다. 2000 시드니올림픽,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각각 두 차례씩 맞붙었지만, 모두 패했다. 역사가 반복될지, 준결승전 뒤 일본 언론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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