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내원했다. 한눈에 봐도 군살 없이 근육이 탄탄해 건강해 보이는 분이었다. 외모만 봐서는 왜 병원을 찾았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한 일주일 전부터 발이 아파 걸을 수가 없어요.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는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아파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족저근막염'이라고 하는 족부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부터 발바닥의 발가락 부분까지 이어지는 근육을 싸고 있는 두껍고 질긴 막이다. 이 막은 우리 몸의 하중을 지탱하고, 서 있거나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상되면 당연히 아파 잘 걷지를 못한다.
족저근막염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데, 심평원 자료를 보면 40~60대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70%에 달하고,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30대 젊은 층은 마라톤, 축구, 농구 등의 격렬한 스포츠나 잘못된 신발 착용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내원한 환자에게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느냐고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마라톤과 축구를 즐긴다고 했다. 마라톤이나 축구 모두 달리기가 기본인데, 달리기를 할 때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힘은 체중의 3배에 달한다. 그러니 아무리 젊어도 수년간 마라톤과 축구를 했다면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년의 경우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이나 조깅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또한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년 여성은 폐경기를 맞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져 족저근막염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
발이 편하지 않는 신발을 오래 착용해도 족저근막염이 잘 발생한다. 바닥이 얇고 딱딱한 신발 혹은 여성들이 즐겨 신는 하이힐도 족저근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 주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힐이 발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잘 알면서 플랫슈즈나 끈 샌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굽이 낮고 딱딱해 쿠션이 없는 신발 역시 발바닥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달해 족저근막에 충격을 준다.
족저근막염은 다른 족부질환과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어 비교적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 뒤꿈치에 강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랬다가 몇 발자국 걸으면 조금 통증이 완화되다 오후에 다시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다행인 점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병이라는 것이다. 단, 어디까지나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에 얘기다. 환자들 중에는 염증이라는 용어에 집중한 나머지, 무턱대고 소염제나 심지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는 잘못된 치료 방법이다. 족저근막염은 염증이라기보다는 발바닥을 싸고 있는 두꺼운 족저근막이 찢어지는 병이기 때문에 소염제나 항생제로 좋아지지 않는다.
올바른 초기 치료법은 약물치료, 주사치료, 스트레칭, 깔창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보존치료를 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증상이 심하면 체외충격파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통증 부위에 고에너지 충격파를 가하면 통증이 줄고, 세포에 자극을 주어 손상된 조직의 재생에도 도움이 된다. 치료 횟수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3~4번 정도이며, 치료시간은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발의 건강이 곧 몸 전체의 건강을 좌우하기도 한다. 평소 발이 너무 꽉 끼지 않고 쿠션감이 있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족저근막염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재발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부평힘찬병원 김유근 원장·서동현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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