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 한국 야구는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국내에서 최고 성적,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대표선수들은 국제 무대에선 무기력했다. 철저한 국내용, '우물안 개구리'였다.
한국은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2대7로 완패했다. 4일 일본과의 준결승 2대5 패배에 이어 마지막 금메달 도전 찬스마저 날렸다. 이제 오는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6팀이 본선에 오른 상황에서 동메달이면 만족할 수 있을까.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를 지켜본 국민들은 환호보다 탄식이 훨씬 잦았다. 준결승 2경기를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이너리그 출신 미국 투수들의 공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한국 타자들의 수준은 할말을 잃게 했다. 국내리그에서 4할 타율을 오가던 타격 1위 강백호, 4년간 125억원을 받는 최고몸값 양의지는 준결승에서 철저히 침묵했다. 올시즌에 앞서 4년간 50억원에 FA대박을 터뜨린 오재일은 연신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19세 고졸 신인 이의리와 김진욱의 분전을 뒤로한 채 최고 몸값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고개만 숙였다.
오재일은 5경기에서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양의지는 5게임에서 타율 1할1푼1리(18타수 2안타), 강백호는 6게임에서 2할7푼3리에 그쳤다.
지난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은 전략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전 3경기에서 계속 부진했던 양의지와 오재일을 관성대로 4번, 6번 타순에 넣었다. 타선 응집력은 사라졌다. 점수를 낼 기회가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득점권 찬스를 놓쳤다.
마운드 운영도 아쉬웠다. 4일 일본전에서 8회말 김 감독은 고우석을 그대로 밀어붙여 낭패를 자초했다. "내일을 생각했다"는 김경문 감독의 경기후 인터뷰는 허탈했다. 일본전에서 이기면 미국전은 치를 필요조차 없었다.
일부 선수들에 집중되는 기용은 결국 탈이 났다. 5일 미국전에서 '또상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은 조상우는 6회말 또 마운드에 올라 대량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선수 구성도 아쉬움이 크다. 한국에서 이미 햄스트링 통증이 악화됐던 최주환을 교체없이 동행시킨 것도 패착이다. 최주환은 허벅지 근육통으로 인해 수비와 주루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대회에서 대타로만 두 차례 나왔다. 최주환이 나설수 없는 상황이니 황재균은 프로데뷔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2루수로 출전했다. 대타 카드조차 여의치 않았다. 대회전에 교체가 가능했을 때 다른 내야수로 교체했다면 선수 기용면에서 더 원활할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벌어졌던 일부 선수들의 '술자리 파문'으로 리그는 강제 중단된 상태다. 전국민이 실망한 가운데 반전은 없었다. 실력 부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김광현 양현종 류현진 등을 끊임없이 강제소환하는 것은 부질없다. 베스트멤버가 총출동한 일본은 차치하고라도 메이저리거가 쏙 빠진 미국을 상대로도 두번 모두 패했다. 리그 전체 수준에 대한 냉철한 자성이 절실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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