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구장.
제10호 태풍 미리내의 북상으로 잔뜩 찌뿌린 요코하마의 날씨는 한국 야구의 오늘과 미래였다. 2008 베이징 금빛 신화에 빛나는 한국 야구가 빛을 잃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6대10 패배가 확정된 순간. 3루측 야구 대표팀 더그아웃은 충격과 절망, 침묵에 휩싸였다. 8회초 6-5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5실점한 오승환(39)은 더그아웃 한켠에 홀로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그아웃 앞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바라보던 다른 선수들도 주장 김현수(33)가 2루수 땅볼로 아웃됨과 동시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포효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종일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면서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라운드 바깥에도 충격파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장 중계를 위해 요코하마구장을 찾은 '레전드' 박찬호 해설위원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 야구의 저력을 세계에 떨쳤던 그에게 후배들의 노메달은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었다. 국내 야구계 관계자, 취재진 사이에서도 적막의 연속이었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을 빠져 나가는 선수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무작위 도핑 테스트 대상으로 선정돼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날 선발 투수 김민우(26)는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이의리(19)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기자회견을 위해 믹스트존을 지나가던 김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수고하셨다'는 인사에 탈모 후 굳은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수는 이미 한바탕 눈물을 쏟은 뒤였다.
취재진과 만난 오승환은 계속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후배들이 투혼으로 만든 역전, 승리 기회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돌부처'의 가슴을 무너뜨렸다. 대회 내내 1할 초반의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던 양의지(34)는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13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했던 한국 야구, 디펜딩챔피언의 도전은 '요코하마 참사'라는 최악의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요코하마(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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