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풍전등화'가 따로 없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의 현주소다. 지난 한 달 사이 광풍이 몰아쳤다. 원정 숙소 술자리 파문, 선수 확진, 리그 중단, 도핑 의혹, 외국인 선수 대마초 성분 반입, 음주 운전 등 갖가지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야구 대표팀도 도쿄올림픽에서 졸전 끝에 노메달에 그쳤다. 코로나19 시대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을 향한 응원 목소리는 이제 날카로운 비난을 넘어 '무관심'으로 향하고 있다.
역대급 위기에 야구계 모두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음주 사실이 발각된 송우현을 즉시 방출하는 초강수를 뒀다. 야구 원로 모임인 일구회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선배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련의 사태 속에 멀어지는 팬심을 붙잡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빠져 있다. 일련의 사건을 만든 선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마찬가지다.
선수협의 입장 표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그 중단 결정 3일 뒤인 지난달 15일 700자 분량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선수협은 일부 선수의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전 선수단에 방역수칙 준수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 선수의 책임감이 결여된 방역수칙 위반, 원정 숙소 술자리라는 중대 사안을 달랑 사과문 발표만으로 끝낼 수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선수협도 황망하긴 마찬가지다. 리그 중단 이후 끝날 줄 알았던 추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발 방지 및 자체 교육 안을 세우기도 전에 연거푸 터지는 사건사고에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선수협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각 구단 주장이 중심이 된 선수협 이사회, 양의지 회장이 긴급 회의, 기자회견 등으로 선수협의 문제 해결 의지 및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금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다.
선수협은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하지만 설립 후 20년 간의 행적을 돌아보면 저연봉 선수 처우 개선 등 회원 대다수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는 미지수다. 노동조합이 아닌 선수협의 위치상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건사고, 팬서비스 논란 등 선수 사이에 벌어진 이슈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입을 다물면서 스스로 '귀족노조' 비난을 자초한 면도 있다. 야구계 전체가 위기에 빠진 현 상황에서 선수협 스스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자정 노력에 나서 이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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