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 태극기 세 개가 나란히 내걸렸다. 도쿄패럴림픽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애국가도 울려 퍼졌다.
도쿄 패럴림픽 탁구 남자단식(스포츠등급 TT1)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건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와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 남기원(55·광주시청)은 이날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따라불렀다.
주영대는 이날 김현욱과 맞붙은 결승에서 3-1로 이겨 자신의 첫 패럴림픽 금메달이자 대한민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 대회 단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5년 만의 재도전에서 드디어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린 주영대는 "리우 대회 때 못한 걸 이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데 울컥했다. 태극기 세 개가 올라가는 걸 보니 정말 기분이 좋고 울컥하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금메달을 따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반신반의했는데 운이 좋게 올라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아마 현욱이는 나보다 긴장을 많이 해서 진 것 같다"고 후배를 다독였다. 함께 시상대에 오른 남기원은 "태극기 세 개가 나란히 걸리니 뿌듯하고, 내 자신도 뿌듯했다. 아마 나는 금메달을 땄으면 펑펑 울었을 거다"라며 웃었다.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현욱도 "다들 메달 색깔은 달라도 웃을 수 있게 돼 정말 좋다"며 "다음번엔 더 준비를 잘해서 메달 색깔을 한 번 바꿔보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전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단체전만큼이나 한마음 한뜻이었다.
결승에서 베테랑 주영대에게 패한 김현욱은 "지금 당장은 아쉬움이 크지만, 다 같이 메달을 따자고 했었는데 이루고자 했던 걸 이뤘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태극기 세 개를 거는 게 모두의 같은 바람이었다"고 덧붙인 남기원은 "동메달의 아쉬움은 있어도 같은 나라에서 1∼3위를 함께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국이 패럴림픽 장애인탁구 단식 한 등급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TT1 체급에서 한국은 꾸준히 강세를 보여 왔다.
송신남이 1972년 하이델베르크 패럴림픽에서 남자 단식 첫 금메달을 따냈고, '레전드' 이해곤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패럴림픽에서 6회 연속 단식 메달을 획득했다.
현재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인 주영대는 "이전에 선배들부터 강했는데, 그 전통이 내려오는 것 같다. 우리 체급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당분간은 이 체급에서 한국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선배들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도 전수되고 있다.
세계랭킹 3위 남기원은 "우리가 쓰는 기술이 사실 이해곤 선배가 제일 먼저 썼던 기술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따라 하고 있지만, 우리가 더 많이 접해 유리한 것 같다"며 "또 국내 시합에서 수준 높은 시합을 많이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항상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탁구는 선수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 메달을 하나씩 목에 건 이들 세 명은 탁구가 인생을 바꿨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후 10년 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남기원은 "탁구를 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절망하지 않게 됐고, '장애를 입었지만, 이 길도 사는 맛이 나네'라는 마음을 갖고 살게 됐다"고 했고, 김현욱은 "모든 도전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국의 금·은·동 메달리스트 틈 사이에는 또 한 명의 동메달리스트 1992년생 영국 선수 토머스 매슈스가 끼었다. 이번 대회에서 탁구는 3∼4위 결정전 없이 공동 3위로 시상한다. 매슈스도 2018년 세계선수권 단식 3위, 세계랭킹 8위의 강자이지만, 4강에서 김현욱에게 0-3으로 완패해 결승행을 놓쳤다. 매슈스는 시상식 직후 "한국 선수들은 정말 강하다. 강한 선수들끼리 늘 함께 훈련하고 경쟁하다 보니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5년 전 리우에서는 영국의 데이비스 롭이 주영대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한국 선수들이 5년 만에 타이틀을 가져왔다.
매슈스는 "파리에서 두고 보자!"며 복수를 다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패기만만' 김현욱은 "얼마든지!"라며 여유롭게 받아쳤다. 순조로운 신구 조화와 단단한 팀워크, 2024년 파리 패럴림픽까지 당분간 탁구 대표팀은 걱정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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