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아름답고 경이로운 레이스가 연일 이어지는 도쿄패럴림픽 폐막(5일)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쿄 올림픽 육상 경기장에선 로맨틱한 동화 한 편이 씌어졌다.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리는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 시각장애 육상선수 쿨라 니드레이라 페레이라 세메도(32)는 2일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100(T11) 예선 4조에서 스타트했다. 이번 도쿄패럴림픽 그녀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33초04, 조 4위,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15명의 선수 중 14위를 기록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트랙, 준결선행을 놓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향해 가이드러너 마뉴엘 안토니오 바즈 다 베이가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손을 꼭 잡고 깜짝 프러포즈했다. "나와 결혼해줄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자, 페레이라 세메도가 함박웃음으로 청혼을 수락했다.
로맨틱한 프러포즈 광경에 함께 뛴 가이드러너들이 먼저 일제히 환호했다. 무슨 상황인지 묻는 '파트너' 시각장애 선수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동료선수와 가이드러너들이 뜨거운 축복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메도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했고, 선수와 모델로 활동중이다. 패럴림픽 홈페이지가 공개한 프로필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로 '가이드러너'를 꼽은 바 있다. 자신의 눈이 돼준 가이드러너와 인생 레이스를 함께 달리게 됐다. 손을 이은 끈이 두 청춘의 심장을 이었다. 도쿄패럴림픽에서 메달보다 값진 인생의 선물을 받았다.
시각장애 육상의 경우 장애인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2인1조로 함께 달린다.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스타트 위치, 자세를 잡아주고 끈으로 서로의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한다.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이자 페이스메이커이자 운명공동체다. 가이드러너가 부정출발을 할 경우 해당선수는 실격되며,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50cm 이내에서 달려야 한다. 가이드러너가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경우 실격처리된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달리고, 시상대에도 함께 오른다.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와 긴 시간 동고동락하며 선수와 똑같은 양의 땀을 흘린다. 손발과 마음을 맞추는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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