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람은 언제나 죽는다. 남은 사람은 삶을 이어나가야한다. 난 아버지께 그렇게 배웠다."
20일만에 돌아온 마운드에서 완벽투. "오랜만에 나오니까 피곤하다"면서도, 힘겨운 슬픔을 이겨낸 쿠에바스의 얼굴은 평온했다.
KT는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 장단 17안타를 폭발시키며 11대1로 대승, 전날 0대1 패배를 설욕했다. 선발 쿠에바스는 6이닝 2안타 1실점으로 쾌투, 시즌 7승(2패)째를 올렸다.
무엇보다 자신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아버지의 코로나19 간병과 장례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쿠에바스였다. 8월 14일 삼성 라이온즈 전 이후 20일만의 복귀전. 쿠에바스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상쾌한 승리였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이 부여한 쿠에바스의 한계 투구수는 80구 남짓. 하지만 이날 쿠에바스는 단 82구로 6회까지 마무리지으며 사령탑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팀 타선도 3안타 2볼넷 5타점의 호잉, 1타수 1안타 3타점(희플2)의 강백호 등이 맹활약하며 대폭발했다.
인터뷰실에 들어서는 쿠에바스의 얼굴은 밝았다.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표정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좋다. 동료들의 좋은 경기력 덕분에 이겼다. 기쁘다"고 강조했다.
"2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 팀에서 트레이너나 불펜 포수도 지원해줬다. 집에 있는 것보단 계속 몸을 쓰는게 머리를 식히는데도 도움이 되더라. 컨디션은 좋았다."
하지만 고향도 아닌 타국에서 부친의 장례를 치르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쿠에바스는 "아무래도 큰일을 겪다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진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 104㎏ 정도였다. 계속 살을 ?蹊졀 노력했는데, 이번에 5㎏ 정도 빠졌다. 몸에 힘이 부족하진 않다. 21살 때 완전히 말랐을 때 이후 가장 적은 몸무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친의 타계를 이겨내고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둔 아들의 표정이 평안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생전 가르침을 전했다.
"사람은 언제나 죽는다. (아버지가)죽어도 남은 사람은 삶을 이어나가야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다. 17살 때 집을 떠나 프로를 시작하면서 '나도 언젠가 이렇게 해야지'라는 마음은 있었다. 막상 현실이 되니 쉽지 않았다. 내가 준비를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원래 내가 하던 일(야구)을 하면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내 삶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KT 구단은 쿠에바스를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를 위한 추모공간을 마련했고,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직접 분향하며 그를 위로했다. 첫 경기에는 쿠에바스의 아버지를 위한 묵념을 행했고, 장례가 진행된 3일간 근조리본을 달았다.
쿠에바스는 "묵념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봤다. 팀에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날 도와주려고 하는게 고마웠다"면서 "가족처럼, 정말 작은 부분까지 챙겨준 덕분에 (장례를)잘 치를 수 있었다. 어떤 말로도 이 감사함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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