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과적으로 조기 등판은 악수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12일(한국시각)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갖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류현진을 2차전 선발 카드로 쓸 계획이었다. 1차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에이스 류현진을 2차전에 활용해 1승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런데 11일 볼티모어에 3대6으로 패한 뒤 류현진을 1차전에 당겨 쓰는 쪽을 택했다.
몬토요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 스스로 원했다. '1~2차전 중 어떤 경기에 나서고 싶냐'고 물었을 때 1차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팀 입장에선 류현진의 선택을 반길 만했다.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1.5경기, 뉴욕 양키스와는 0.5경기차. 더블헤더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류현진을 앞세워 불펜 자원을 아낄 수도 있는 부분. 팀 패배와 순위 경쟁을 지켜본 류현진이 1차전 등판을 자원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최악의 한수가 됐다.
볼티모어는 류현진이 1차전 선발로 낙점되자 1번부터 9번까지 전원 우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양키스전에서 슬라이더로 재미를 봤던 류현진은 심판이 자주 손을 들어준 바깥쪽 낮은 코스에 직구, 커터를 앞세워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류현진은 1회말 2사후 트레이 만시니에게 좌익수 2루타를 내준 뒤 앤서니 산탄데르에게 뿌린 91마일짜리 몸쪽 직구가 좌월 투런포로 연결되면서 흔들렸다.
이후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2회말에도 바깥쪽 낮은 코스 공략에 나섰으나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가던 공이 빠지기 시작했다. 볼티모어 타선이 만들어낸 2회말 3안타(1홈런) 모두 좌익수 방향으로 향했다. 류현진이 바깥쪽에서 파고드는 커브로 유인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자신감이 붙은 볼티모어 타선은 3회말 류현진에게 4안타를 치면서 2점을 더 얻었고, 결국 몬토요 감독은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적표는 2⅓이닝 8안타(2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 총 투구수는 69개.
류현진이 올 시즌 3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부상 외 이유로 3이닝 미만 투구로 교체된 것은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7년 9월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전(2이닝 6안타 3홈런 5실점) 이후 4년여 만이다. 8월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3⅔이닝 7안타 3홈런 7실점) 이후 두 경기 연속 호투, 7일 양키스전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던 류현진의 최근 폼을 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조기 등판 결정이 난조로 연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 전까지 3.77이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4.11로 치솟았다. 토론토는 7-10으로 뒤지던 7회초 4득점 빅이닝을 만들면서 11대10으로 이겼다. 몬토요 감독은 웃었지만, 류현진은 그렇지 못한 날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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