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 14일은 '전설' 최동원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부산 사직구장 최동원 동상 앞에서는 10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최동원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린 행사에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고인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이 전 감독은 편지에서 "친구의 묵직한 빠른 볼과 낙차 큰 드롭성 커브는 정말 환상적이었지. 지금도 그 볼을 잊을 수가 없다"며 그 시절 프로야구를 즐겼던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최동원이 남긴 가장 값진 기록을 꼽으라면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이겠지만 또 다른 불멸의 기록이 있다. 그해 정규시즌서 세운 223탈삼진이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이만수 전 감독이 떠올린 대로 최동원은 강속구와 커브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 150㎞를 넘었다는 게 그와 함께 활동했던 야구인들의 증언이다. 강속구와 소위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 두 구종으로 1984년 한 시즌 탈삼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 기록은 지난해까지 36년간 깨지지 않았다. 가장 근접했던 기록은 1996년 롯데 자이언츠 주형광이 마크한 221탈삼진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완투형 투수와 파워피처가 줄어들면서 200탈삼진조차도 희귀종이 돼 버렸다.
하지만 올해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바뀔 지도 모른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좌완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탈삼진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란다는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추가해 시즌 172개를 마크했다. 2위 SSG 랜더스 윌머 폰트(139개)와는 33개차다.
타이틀 획득은 사실상 확정이고 200개를 넘어 223탈삼진도 경신 가능권에 있다. 두산의 잔여 경기는 41경기로 미란다는 5인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 8번 이상 더 등판할 수 있다. 22경기에서 172탈삼진을 올렸으니, 한 경기 평균 7.82개의 삼진을 잡은 꼴. 산술적으로 62개의 탈삼진을 추가할 수 있다. 시즌 예상 기록은 234개로 최동원의 기록을 훌쩍 뛰어 넘는다.
미란다는 직구와 포크볼 위주의 볼배합을 한다. 이날 KT전에서는 투구수 92개 중 직구 58개, 포크볼 30개를 던졌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9㎞였고, 포크볼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주무기로 삼았다. 미란다의 직구는 공끝이 강점이며, 포크볼은 커브처럼 큰 낙폭을 자랑한다.
137⅓이닝을 던진 미란다의 9이닝 탈삼진 비율은 11.27이다. 1984년 최동원은 7.05, 1996년 주형광은 9.18이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KBO리그 마지막 시즌인 2012년 210개로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할 때 9이닝 비율은 10.35였다. 지난해 탈삼진왕 롯데 댄 스트레일리는 9.48, 2001년 역대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인 215탈삼진을 기록한 SK 페르난도 에르난데스는 8.28이었다.
역대 '닥터K'들을 통틀어 미란다의 탈삼진 능력이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미란다가 올시즌 최동원의 전설같은 기록을 넘어 새 이정표를 세울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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